혼자 있는 하루 일상
야근으로 녹초가 된 몸은 곳곳에 이상 징후를 알려오고,
눅눅한 날씨에 마음까지 가라앉는 시간,
대학생 큰아들은 오늘따라 일찍 일어나 반겨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집에 들어 와서도 쉴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고,
일단 부엌 정리부터 시작해서
거실과 집안 정리를 하면,
소파와 베란다에 가득한 빨래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세탁기 앞에는 산처럼 쌓인 빨래가 있습니다.
중간 중간 주식 투기도 하고,
커피도 한잔 끓여 먹기도 하고,
독서 통신교육 리포트도 작성하고,
건강관련 강의도 청취하고,
큰아들 간식도 챙겨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큰아들은 학교로 떠나니 공허한 집안,
홀로 처량하게 김치 한 조각 꺼내 놓고 순대를 채우고,
창밖을 내다보며 차 한 잔을 마십니다.
다른 날 같으면 배낭이라도 메고 산으로 갔을 텐데,
내일 산행이 약속되어 있기도 하고,
날씨도 꿀꿀하니 나설 마음이 없네요.
잠시 인터넷을 유랑하며 몇 군데 흔적을 남기고,
느닷없이 급등하는 주식 때문에 잠시 신경을 쓰다
장기 투자라는 원칙을 헌신짝처럼 던지고 매도에 나섭니다.
하루에 10%가 넘게 오르면 일단 팔고 보는 것은
미래의 수표보다 현찰을 중시하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게 갑자기 급등할 일이 없다는 생각에 다시 하락을 예상하고 매도를 하는 것입니다.
팔고나니 상한가로 달려가는 주식에 후회를 하지만,
잠시나마 그런 주식을 골라잡은 안목에 스스로를 위안합니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집안 청소,
먹은 흔적들 설거지,
학교에 다녀 온 아들이 내민
2개의 신문과 2권의 책
주식투기 원칙 관련인데 벌써 몇 권 째지???
아들 밥 차려주고,
간식으로 수박 썰어 주고 나니 벌써 3시,
주식 투기 시간은 끝나고 팽팽했던 마음이 가라앉자
밀려오는 잠의 유혹,
책 한권 들고 침대에 누우니 꿈나라가 눈앞에…….
한 세트의 잠이 90분이라고 했나,
정확히 90분 만에 깨어났는데 몸은 더 무겁고,
머리는 두통이 몰려온다.
아들과 인터넷 뉴스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빌려 온 책을 들었지만 머리가 복잡하여 흑백만 구분될 뿐 글들은 따로 논다.
운동 나가는 아들 간식 차려주고,
잠시 tv 시청 중인데,
연장 근무한다는 아내의 전화.
아들도 없는 쓸쓸한 방에서 처량하게 또 순대를 채우고
이 글을 쓴다.
그렇게 소중한 나의 인생의 하루가 저물고 있다.
그래도 입가엔 미소가 돌고,
머리는 맑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여성들이 수다 떨어 스트레스를 해소하듯
이 글을 쓰는 동안 대부분의 스트레스가 사라진 듯합니다.
혼자 있어도 행복할 수 있는 가벼운 마음으로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인가 봅니다.
여러분들도 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