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능력이 없으면 참여정부 하던 대로 해라

별꽃바람 2008. 1. 24. 13:08

사람들은 저보고 답답하다고 합니다. 저는 나름대로 융통성을 부린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나 봅니다. 저에 대해 좋게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어른들입니다. 예의가 바르고 착실하고 성실하며 생각이 바르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또래 사람들의 평가는 다릅니다. 쫀쫀하고 답답하고 고지식하고 재미없고 융통성도 없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대부분은 남자 친구 또는 직장 동료들입니다. 제가 살아온 동안 세상을 살아가려면 원칙과 규칙을 고집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제 옛 동료 중에는 반칙과 비리에 타협하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둔 분들이 몇 분 있습니다. 전 아직도 남아 있으니 제게도 수많은 때가 묻었겠지요. 그래서 저도 완벽하게 원칙을 말하지 못합니다. ᅲᅲ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은 저를 위와 같이 평가합니다.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보다 더 때가 묻었다는 뜻이겠지요.^,^

어제 오 반장에 대한 이야기가 TV에 나오더군요. 수많은 대형사건을 원칙대로 처리했던 유능한 오 반장입니다. 최근 한화 김승연 회장 보복사건을 수사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최근까지 계속해서 개인비리에 대해 내사를 당하고 있다더군요. 어제 방송된 것으로 보면 오 반장은 정말 깨끗한 사람이더군요. 정말 거의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아온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사람을 뭔가로 올가미 씌우려는 사람들이 이 나라의 경찰조직입니다. 대한민국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후진국일수록 일선 공무원의 급여를 최소한으로 준다고 합니다. 그래야 살아가기 위해 많든 적든 비리에 연루되고 그 약점 때문에 권력차원의 비리에 협조(?)를 한다는 겁니다. 그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공무원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했습니다. 덕분에 요즘에는 일선 민원창구에서의 비리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급행료, 촌지, 즉석벌금 등으로 상징되는 것들 말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은밀한 곳에서는 뇌물과 청탁, 편법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처우 개선과 원칙적인 업무 처리 시스템이 지속되면 남은 문제도 사라질 것입니다.

현재 공무원에 대한 직업 선호도는 최상 수준입니다. 반면에 공무원에 대한 상대적 빈곤감으로 부정적인 인식은 더 높아졌습니다. 최근 공무원 감축에 열광하는 것도 그러한 인식의 반영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아니 국민들은 속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들은 공무원을 단순히 자신들이 부정적으로 보는 존재의 전체로 보고 있습니다.

자신을 돌봐주는 복지사, 자기 자식을 가르치는 교사, 위험한 순간에 자신을 구해줄 소방관, 각종 범죄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줄 경찰관 등도 모두 공무원이라는 것은 잊고 삽니다. 일반 국민이 감축하기를 원하는 공무원은 다른 부류입니다. 즉 높은 자리에서 봉급만 축내며 소일하는 일부 고위직 공무원 말입니다.

그러나 정작 공무원을 감축하면 국민들이 생각하는 무능력하고 무사 안일한 고위공무원이 대상이 될까요? 절대 아니죠. 일없이 빈둥대는 공무원일수록 시간이 많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할 방책은 든든하게 마련해 둡니다. 결국, 공무원 감축을 하게 되면 일하느라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한 현장 말단 공무원이 해당되게 마련입니다.

공무원을 감축하고 났더니 내 아들의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더욱 높아지고, 매달 찾아오던 복지사가 오지 않고, 범죄가 났어도 경찰이 늦장 출동하고, 119 전화를 해도 출동하기 힘들다는 답이 오고, 손자들은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진짜 공무원을 감축하고 싶으면 각 직책의 업무량을 계량적으로 분석하고 적절하게 업무를 안배하는 과정에서 남는 부서를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교차 보직 등을 통해 조직 이기주의를 허물고 업무 간의 호환을 통해 체계적으로 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포플리즘에 영합된 실적주의로 할 일이 아닙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결코 국민들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정, 단기간에 실적을 올리고 싶다면 국민들에게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공무원을 지목하게 해서 많이 지목된 순서로 하면 모릅니다. 그런 식으로 하면 아마 국회의원 등 고위 공무원들이 우선적으로 없어져야 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안 하겠지요.^.^

되지도 않고 부작용만 생길 일은 안 하는 편이 좋습니다. 가장 나쁜 것이 옳지 않은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에 입각하여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수많은 사람들의 개혁 요구에도 ‘호시우행’의 원칙을 지키며 차근차근 일을 추진했던 것을 본받아야 합니다.

사회는 질서가 무너지면 모두에게 불편을 줍니다. 정책에서 원칙이 무너지면 통제를 할 수 없습니다. 청탁, 뇌물, 편법, 탈법이 판을 치게 될 것이고 결국 사회는 퇴보할 것입니다.

최근 전봇대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대불공단에 물품을 운반하는데 지장을 주며 5년 동안 굳건히 지키고 있던 전봇대가 당선자 한마디에 뽑혔습니다. 언론에서는 뭔가 큰일을 한 것처럼 떠들지만 제가 보기엔 심각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 전봇대가 많은 민원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원칙과 절차가 무시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선자 말대로 공무원의 탁상행정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면 서기가 할 일을 당선자가 한 것뿐입니다. 그러나 제가 아는 상식으로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 전봇대는 여러 이해 당사자가 얽혀 발생한 문제입니다. 도로는 자치단체, 산업단지는 산업자원부, 전봇대는 한전, 그리고 입주업체 등의 이해관계 말입니다. 관리도 제각각이고 지중화하기에는 엄청난 예산이 수반되다 보니 오랜 협의를 거처 2004년 지중화 합의를 보고 그 절차가 진행 중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당선자가 끼어들어 훈수를 두는 바람에 엉뚱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280억이라는 비용에 대한 대책도 없이 문제를 해결하려 동분서주합니다. 결국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지적된 전주 2개만 옆으로 옮겼습니다. 결국, 불필요하게 전주 이설비용만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치란 많은 이해당사자를 조율하여 최선의 결과가 나오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입니다. 그 정점에 대통령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원칙을 무시하고 단기 성과에 치중할 경우 사회는 혼탁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너도나도 권력자를 통해 민원을 해결하려 들 것입니다.

그린벨트, 개발제한구역, 수자원보호구역 등등 많은 규제로 사적 재산권의 침해를 받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처럼 권력자의 한마디로 민원이 해결된다면 누가 손 놓고 있겠습니까? 결국, 원칙은 무너지고 청탁과 뇌물이 판을 치는 권력형 비리가 양산됩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의 반감으로 사회적 불평불만이 커질 것입니다. 그러한 불만들은 단순히 정치적인 불이익을 초래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적 갈등과 비합리적인 결정들이 낳은 비효율로 인해 국력은 급격히 저하될 것입니다.

정치가 아무나 하는 것이면 왜 대다수 국민들이 피지배자로 남아 있겠습니까? 세상일은 한두 사람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면 심각한 부작용이 생깁니다.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 원칙을 세우고 그에 따라 세상이 운영되어야 합니다. 물론 그 원칙이 현실에 맞지 않으면 바꾸면 됩니다. 그게 정치입니다.

지금 인수위나 당선자는 원칙이 전혀 없습니다. 많은 일에 우왕좌왕, 앞뒤도 안 맞고 뒤죽박죽입니다. 이건 준비가 덜 된 것이 아니라 능력이 없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정치 철학이 없습니다. 단순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거나 출세만 하면 된다는 생각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기업운영이나 출세와 정치는 다릅니다. 정치는 혼자 돈 벌고 출세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당선자나 인수위원들은 돈은 많이 벌고 출세는 했는지 모르지만 진짜 정치 철학도 능력도 없습니다.

능력이 없으면 그냥 참여정부가 하던 대로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