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심어 주자

별꽃바람 2008. 4. 29. 15:01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심어 주자


누구나 자기 잘난 맛에 산다.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내게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 아무리 가난하고 천한 사람도 나름의 사는 이유가 있다. 누가 뭐래도 자기 잘난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즉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느끼고 산다는 의미다. 시궁창에 뒹굴어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는 말로 생명의 소중함을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명이 소중하다고 가르쳐도 살맛이 안 나면  모진 행동을 하게 마련이다.


요즘 사망의 원인 중 자살이 수위권에 올라 있다. 특히 청소년이나 노인의 경우 1위란다. 이건 단순한 현상이 아니다. 세상이 물질문명의 시대를 넘어 무한 경쟁의 시대에 접어든 부작용이다. 과거에는 어렵고 힘들더라도 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어려운 사람끼리 돕고 의지하며 나름의 잘난 점을 과시할 수도 있었다.


사람은 비교 당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누구나 남들보다 잘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누구나 타고난 소질과 운명이 있는 법이다. 모든 사람이 한 분야에 최고가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를 비교하며 산다. 매스미디어가 발달하고 정보가 급속도로 소통되는 지금은 비교대상이 이웃이 아니다. 한나라 아니 전 세계가 대상이 된다.


못사는 사람은 잘 사는 사람에 의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지위가 낮은 사람은 높은 사람에게 위축된다. 하다못해 이동의 수단일 뿐인 자동차나 치부를 가리기 위한 옷에서도 열등감을 느끼며 자신을 비하한다. 스스로 열등감을 느낄 때 자존감은 사라진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단순히 돈과 명예와 사소한 것들 때문에 잊어버리는 것이다.


열등감으로 따지면 나같이 부족한 사람도 없다. 가진 것도 없고, 사회적 지위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내세울 장점도 없다. 그렇지만 부족한 것을 부족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메우며 산다. 위를 쳐다보지 않고 낮은 곳을 보며 작은 것도 나누려 노력하면서 내 존재의 소중함을 스스로에게 일깨우며 산다.


요즘 한참 시험기간이다. 시험이 끝나면 많은 학생들이 열등감에 고통을 받는다. 시험은 어쩔 수 없이 성적순으로 학생을 나열해 보여준다. 뒤 순위 학생은 물론 중간 심지어 맨 앞의 학생조차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세상살이는 한 번의 시험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개인의 재능은 무수히 다양해서 결코 성적으로 가늠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장점을 잊고 성적표에 매몰되기 쉬운 것이 어린 학생이다. 요즘은 성인들도 많은 사람들이 가치관 부재 속에 산다. 삶의 진정한 의미보다는 무한경쟁 속에 떠밀려 자신의 소중함을 잊고 산다. 그러다 보니 작은 실패나 상대적 열등감이나 박탈감 때문에 귀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금은 경제적인 부의 추구보다 정신적인 영양 섭취가 더 중요한 시대다. 내가 가입한 모임에서 후원하는 가정 중에 폐지를 주워 근근이 생활하면서 손자들을 키우는 할머니가 있다. 그분을 길에서 만난다면 그저 불쌍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그분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살아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철학이 있다.


돈만 많다고 골프치려 다니면서 가난한 사람들 비난이나 하는 골빈 인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인간은 누구나 내면에 신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가진 것이 많을수록 남들보다 잘날수록 신심은 가려지고 자만심으로 가득 찬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부자가 천국 가는 것이 힘들다고 표현한 모양이다. 물론 부자들 중에도 훌륭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사소한 것과 비교하여 폄하하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어린 학생들은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았고,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가 평소 잘 지도해야 한다.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생각해서 닦달하거나 마음으로만 사랑하고 방치하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사랑은 표현할 때 비로소 전달된다.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시키는데 부모만한 존재가 없다. 우리는 사랑의 표현 방법에 대해 무지하다. 지금부터라도 자식들과 대화나 놀이를 통해 사랑을 표현해 보자.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란 점을 알려 주자. 그럼 자연히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보통의 부모가 바라는 것이 아니라도 좋다. 아이들이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공부라면 적극적으로 밀어주자.


내일이면 또 한 번의 홍역이 지나간다. 아이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미리 자존감을 알게 하는 예방주사를 놓자. 그것이 진정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