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련

이 땅의 한의사들에게 고함

별꽃바람 2008. 11. 27. 00:24

 최근 김남수 옹과 관련한 한의사들의 비판과 전통의술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한의학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서프라이즈의 과학 토론방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글을 보고 답답한 생각이 들어 잠시 몇 줄 써 보았습니다.

 

이하 서프라이즈에 올린 글입니다.


아래 신천옹님의 글에 희노애락님의 반박 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희노애락님의 생각이 한의사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희노애락님을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나름의 주관을 갖고 게시된 글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릴 적에 몸이 약해 감기와 같은 질환으로 엄청 고생을 했습니다. 별명이 하루거리일 정도로 약했고, 이웃들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수 없이 많은 병원을 전전했고 지금 생각하면 효력도 없는 독약을 먹으면서도 기적적으로 살아  남았습니다.


제 육체적인 병은 집안이 가난하여 중학교를 마치고 고향을 떠나 스스로 독립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집을 떠나 살면서 돈이 없어 아파도 병원은 희망사항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활이 계속되면서 감기는 저와 인연이 멀어졌습니다. 물론 다른 심각한 질병으로 인해 위기를 겪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병원이 아닌 자생력으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20년 이상을 감기는 인사만(?) 하고 지나칠 정도로 건강합니다. 최근 E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감기’를 보고 나의 어린 시절 질긴 질병의 악연은 독약과도 같은 감기약과 같은 부적절한 처방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물론 최근에는 현대인의 질병인 스트레스로 인한 여러 문제가 있어 나름의 방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성 질병이 가장 심각했던 것은 IMF 위기 당시였고 정말 절망적이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당시 양의학 의사들은 심리적인 문제라는 둥,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둥 하는 말로 위로할 뿐이었습니다. 기껏해야 수면제 처방이나 독한 항생제나 진통제 같은 것으로 순간의 고통을 줄여 줄 뿐이었습니다.


운명적이었는지 김홍경선생님의 한의학 강의를 시청하면서 양의학에서 말하는 신경성 질환을 극복하고 나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구차하게 장문의 서론을 쓴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리의 질환의 상당부분은 물리적이고 유전적인 취약성에 기인합니다. 그러나 성년이 되고 나면 정신적인 측면의 질환이 전면에 등장합니다. 그런데 잘난 양의학에서는 당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독이 될 처방을 함부로 합니다.


오늘도 많은 분들과 다양한 토론을 했지만 양의학 보다는 근본적으로 치유를 해 주는 한의학이 건강을 위해서는 적절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원 대신 양의원을 찾는 세태는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길게는 양의학의 조직적이고 집요한 홍보 덕분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의사들의 무능이 저변에 깔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신천옹님의 글에 반박 글을 열심히 달고 있는 희노애락님처럼 한의사들은 자신들의 실력을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무면허 시술자들에 대한 견제에만 치중하고 있습니다. 의료시장은 무궁무진합니다. 자신의 능력만 있다면 아무리 무면허 시술자가 판을 쳐도 얼마든지 인정받고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성이 높은 무면허 시술자를 비난하면서 자신의 아성을 지키려는 소아병적인 행보를 하는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무면허 시술자를 비난하면서 왜 양의사들이 효과도 없는 감기약을 처방하는 것을 비난하지 못합니까? 진정한 한의사라면 당당하게 감기에 효과가 있는 양방약은 없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침 한방이면 감기, 급체, 염좌 정도는 고치던 수많은 전통 무면허 고수들이 사라진 의료시장에 주역으로 등장한 것이 누구입니까? 면허를 가진 한의사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면 무면허 시술자들에 대해 비난을 해도 좋습니다. 발목이 삐었는데 병원에 가서 깁스를 하고 소염, 진통제를 처방하는 세상입니다. 예전 같으면 침 한 두 방 맞고 하룻밤만 자고 나면 뛰어다닐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한의사들이 무면허 자격자들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반성해야 합니다. 그들을 무자격자 또는 한의학의 명성을 실추시키는 집단으로 매도하려면 그들보다 훨씬 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사소한 염좌나 감기, 식체도 침 한방으로 고치지 못하면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닙니까?


또한 우리 전통의술을 병이 난 뒤에 고치는 것이 아니라 병이 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입니다. 이미 유럽 선진국에서는 예방의학에 치중하고 있는데 허준의 후예라고 자칭하는 한의사들은 고치지도 못하는 환자를 이용해서 돈벌이에 치중해야 되겠습니까?


저는 한의사도 아니고, 한의학에 종사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오늘의 한의학 현실이 답답해서 글을 올립니다. 무면허 시술자들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장점을 배우고 제도권으로 흡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비방으로 전하고 있는 독특한 의료 기술을 집대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한의학이 우리 전통의 의술이 아니라 전 세계를 포괄하는 중심의학이 될 수 있습니다.


편작께서 말씀하셨죠. “자신의 하의입니다. 큰형님은 병이 나기 전에 예방하고, 작은 형은 병이 생기면 더 커지기 전에 막고, 자신은 이미 병이 심해진 뒤에 고친 것뿐입니다. 다만 세속 사람들이 그 깊은 뜻을 모를 뿐이라고요.”


우리 주변의 한의사들을 보면 세조 팔의론의 망의에서 살의 수준이 대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비관적이고 혹독하게 표현해서 죄송합니다. 솔직해 집시다. 우리만의 독특한 의술 체계인 한의학, 특히 침술이 중국에 의존하고 양의학에 밀리는 현실이 왜 일까요?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전통적인 의술을 배척하고 사장시킨 업보는 아닐까요?


한의사 여러분에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환자의 몇 프로나 고칠 수 있나요? 양의사에 비해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지요? 외국에서는 이미 우리의 전통 의료 방법에 대해 문호를 활짝 열고 그 치료 기전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의사들은 아직도 무면허라는 이유로 그들에게 지혜를 배우기보다는 배척하고 탄압할 생각만 하고 계신 것은 아닌가요?


근본적으로 의술이라는 것이 인술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계시는 것은 아닌가요? 제도권에 안주하는 한의학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에게 고합니다. 진정한 의사 면허는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환자를 치료할 능력을 인정한 것입니다. 환자를 고치지 못한다면 무면허 자격자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격증을 반납해야 합니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더 공부하십시오. 양심이 있다면 자신보다 치료율이 높은 무면허 시술자를 비난하기 전에 면허증을 포기하십시오. 밥그릇 싸움으로 인술을 더럽히지 맙시다.


한의학이 태권도처럼 우리를 대표하는 독특한 문화로 거듭나도록 피나는 노력을 해 주실 것을 당부합니다. 한의학의 세계화, 홍익인간을 꿈꾸었던 우리 선조들의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