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련

오행이냐 육기냐? -> 꿩 잡는 게 매^.^

별꽃바람 2009. 1. 8. 19:28

질문 내용 ;

 

초보인 탓에, 궁금한 것도 많고, 모르는 것은 셀수도 없네요


동양의학혁명총론을 보면, 사암침법에서는 오행에 따른 치료가 아니라, 육기에 따른 육경의 상합치료를 한다고 되어 있는데(총론 '오행육경'부분), 그에 반해 취혈은 육기적 관점이 아니라 오행적 관점으로 한다(총론 '치료대법'부분)고도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사암침법은 육기가 아닌 오행에 따른 치료라는 것인가요?

고수님들의 고견을 구합니다.



'방안에 쏟은 물은, 흙을 덮어 말리기도 하지만, 전기드라이어나 통풍을 시켜 말릴 수도 있다. 또한 불이라도 기름불이라면 물로 끌 수 없고, 모래나 보자기로 꺼야 한다’는 금오선생님의 탁월한 지적은, ‘定法이 없다’는 실체적인 증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면 취혈자리도, 오행(그릇)이 아닌 육기(내용물)에 따라 다양하게 정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사암침법 정격 및 승격의 취혈자리는, 육기(내용물)에 따른 상합의 다양성이 아니라, 오행(그릇)을 근거로 취혈하여 보사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위 정격 및 승격의 취혈자리는 불변인가요?


고수님들의 자상하신 설명을 받았음에도, 거듭 어리석은 질문을 드려 송구합니다.


위 글을 읽어 보니 하수가 아니고 고수시군요.^.^

결론부터 씁니다. 장부정승격은 공식입니다. 해당 장기가 허할 때는 정격, 실할 때는 승격을 쓰면 됩니다. 정승격의 취혈자리는 공식이므로 불변입니다. 그러나 임상에서는 대기묘용해야 합니다. 육기는 질병의 원인을 찾는데 매우 중요하죠. 물론 치료에도 엄청 중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꿩 잡는 게 매라는 것입니다.



이하는 사족입니다.

제가 다 아는 이야기를 답이라고 적은 것 같아 죄송합니다.

저도 솔직히 배우는 처지이고 음양오행의 이치를 전혀 알지 못하는 무식한 수준입니다. 다만 질문에 현문우답 형식으로 답을 한다면 이런 것 아닐까 합니다.


틀린 부분이 있으시면 여러분들이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홍경선생님께서 치료 방법으로 제시한 부분을 인용해 보죠.

첫째, 相合治療(상합치료) 둘째, 交相合(교상합) 치료 셋째, 合倂(합병) 넷째, 復合(부합)치료입니다. 相合치료는 앞에서 설명 드렸듯이, 厥陰은 少陽으로 少陽은 厥陰으로 치료하는 방법인데 이제 이것은 더 이상 예를 들지 않아도 잘 아실 겁니다. 


交相合이란 같은 厥陰이라도 手厥陰과 足厥陰이 있고, 少陰經도 手少陰과 足少陰이 있지요. 그러므로 이제는 手厥陰하면 心包, 足厥陰하면 肝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肝'하면 足厥陰肝經이 바로 떠오르도록 해야 합니다. 肝은 몇 개의 葉(엽)으로 되어 있고, 뭐가 어떻게 되어 있고...이런 것은 해부학 책을 들추어보도록 하세요. 


앞에서 五運, 六氣, 卦象 공부할 때의 그림을 보면, 足厥陰肝은 重風巽(중풍손)이고 手少陽三焦는 重雷震(중뇌진)이므로 서로 상대가 되지요. 고로 足厥陰肝經을 치료할 때는 手少陽三焦經으로 치료하고, 足少陽膽經을 치료할 때는 手厥陰心包經으로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미묘하기도 합니다. 


위 내용이 나온 것은 동양의학혁명(사암침법 40일 강좌)입니다. 필요한 분은 제게 쪽지 바랍니다.


위는 치료법에 대한 설명의 서두부분입니다. 내용설명이 길게 이어지는데 자세한 설명은 교상합에서 끝납니다. 合倂(합병)과 復合(부합)치료는 설명하시지 않았지요. 이 부분은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대기묘용해야하는 분야지요.


이제 제 이야기를 좀 써 볼까요? 태극, 음양,오행,사상,팔괘 등등은 모두 하늘의 이치를 설명하기 위한 방편일 뿐입니다. 병을 치료하는 것도 판단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비염의 경우 원인은 수 없이 많습니다. 어느 분이 복부에 수기가 많아서 그렇다고 단정지은 글을 본 적이 있는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 않지요.


수기가 많아서 그렇다고 하는 경우에 쓰는 처방이 소청룡탕이죠. 하지만 마른 사람이 먹으면 독약이 됩니다. 폐가 허해서 오는 경우도 있고, 폐가 차서 오는 경우도 있고, 비위가 허해서 오는 경우도 있고, 심장이 허하거나 실해서 오는 경우도 있으며 신, 방광이 허해서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삼초나 간에 문제가 있어서 올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심포에 문제가 있어 올 수도 있지요. 물론 많은 경우가 폐허나 폐한에 속하겠지만요.


그럼 치료법은 어떨까요? 원인을 알면 간단합니다. 만일 폐허로 결론이 났다면 폐정격을 쓰면 됩니다. 폐한으로 났다면 폐열보법을 쓰면 되죠? 문제는 사람을 보고 병의 원인을 찾아내는 능력입니다.


질문하신 것을 보면 오행을 기준으로 보사를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요. 폐가 허하다고 결론이 났다면 당연히 폐를 보하는 처방을 하면 됩니다. 생물학적으로 폐가 허하다고 결론이 났다면 육기적인 것이 아니라 오행적인 판단이므로 폐정격을 쓰면 됩니다. 폐정격을 쓰면 육기적으로만 보면 습을 보충하는 셈이 됩니다.


그런데 폐가 차서 그랬다고 결론이 나면 어떻게 합니까? 오히려 폐에 습을 제거해 주는 처방을 쓰죠. 정승격은 정해진 하나의 공식입니다. 문제는 어느 문제에 그 공식을 대입하느냐가 관건이죠.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응용력과 창의력의 차이입니다. 암기해서 쓰는 것이라면 컴퓨터를 가진 사람이 최고수가 되겠지요.


저도 정보는 많이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걸 적재적소에 활용한 능력이 없다는 것이죠. 외워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김홍경선생님의 말씀의 중요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세상에 공식은 수없이 많습니다. 그것을 다 외울 수 없습니다. 외웠다 해도 그 공식을 무조건 대입해서 풀 문제는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강의 내내 대기묘용을 강조한 것입니다.


쓸데없는 글이 길어졌군요. 사암침법 책에 나와 있는 것은 공식과 적용했던 문제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암침법 책을 자세히 보시면 이해할 수 없는 경혈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삼부혈을 배우기 전에 그 혈자리를 쓴 이유를 나름 찾아보려고 잔머리를 굴렸지만 실패했답니다. 그건 김홍경선생님만 알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선생님도 다 못 푼 문제도 있을지 모릅니다.


최근 저를 괴롭히던 지긋지긋한 비염이 오늘 아침 뚝 그쳤습니다. 사암침법을 썼나고요? 이부혈, 삼부혈을 썼나고요? 아닙니다. 김홍경선생님이 말씀하신 꿩 잡는 게 매라는 원리를 생각해 내고 해답을 찾은 결과입니다.^.^


오행 보사냐 육기냐의 논쟁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분들이 김홍경선생님에게 대충 배운 후에 마치 자신들이 개발한 것처럼 떠드는 분들이 있습니다. 공식을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원리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방금 서울대병원에 다녀왔답니다. 한순간에 명을 달리할 상황을 벗어난 분을 뵙고 왔습니다. 죽음이 닥쳤을 때 편안하게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어떤 질병도 무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