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의 일상과 생각들
중학교 다닐 때 아버지 대신 품앗이를 할 정도로 농사일을 잘합니다. 고등학교도 농고를 가서 농사를 지을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운명은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저를 인도하더군요. 벌써 26년째 회사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늘 텃밭을 가꾸곤 했습니다. 자연은 참 정직하고 위대합니다. 올해는 좀 넓은 텃밭을 일구었습니다. 봄에 심은 완두콩은 여러 사람 나누어 주고도 일 년 내 먹을 만큼 수확했답니다. 제가 좋아하는 부추는 매일 수확해서 주변에 나누어 주고 김치나 전을 해서 먹습니다. 요즘은 꽃이 많이 피었답니다.
50개쯤 심은 고추는 수확할 시간이 부족할 만큼 달렸고요. 고구마는 고라니가 늘 뜯어 먹고 있어도 한 아름씩 줄기를 뜯어 나물로 먹고 있답니다. 호박도 많이 열렸습니다. 늙은 호박들은 수확해서 매년 하던 대로 어려운 노인 분들에게 호박죽을 만들어 나누어 드릴 생각입니다.
어제는 배추도 좀 심고, 깻잎도 좀 따왔습니다. 지난번에 따온 깻잎으로 만든 반찬은 아내가 친한 분들에게 나누어 주었답니다. 하여간 작은 텃밭을 하나 가꾸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얻습니다. 전에도 한번 썼지만 토마토, 오이를 비롯해서 20여종을 심었는데 하나같이 잘 되었네요.^.^
전 아무래도 공부 보다는 농사일을 하는 것이 적성에 맞나 봅니다. 머리도 나쁘고 공부보다는 자연이 좋으니 말입니다. 제 전공 중 하나가 핵공학인데 얼마 전 양자물리학이라는 동영상을 보고 느낀 점이 많습니다. 김홍경선생님께서 자주 말씀하신 서양인들도 이제야 동양적 사고의 위대함을 인식했다는 의미를 알 것 같더군요.
뭐든 쪼개고 분석하기를 좋아하는 서양인들이 마지막 수준까지 분석을 해 보니 결국 과학이 아니라 철학의 영역으로 귀결됨을 인식했다고나 할까요? 우리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그들은 대단한 것인 양 설명하고 있더군요.^.^
제 주변에는 참으로 공부를 많이 한 분들이 있습니다. 공부를 많이 했으면 아는 것이 많아야 하는데 제가 볼 때 세상을 더 모르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세상의 이치를 알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몰라갑니다. 우리의 뇌는 자기가 보고 싶고 믿고 싶고 하고 싶은 것만 취사선택합니다. 아는 것이 많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선택의 폭은 좁아지는 경향이 생깁니다.
그래서 성철스님이 책 보지 말라고 제자들에게 가르쳤나 봅니다. 김홍경선생님은 검은콩을 주워 먹는다고 비판하셨나 봅니다. 요즘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이 너무나 부족함을 새삼 느낍니다. 내가 걸은 발바닥 넓이만큼의 지식으로 너무 많은 글을 쓴 것 같기도 합니다.
금오산님과 육경신님과 글을 주고받으면서 참으로 부족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많이 반성하고 있답니다. 머리가 모자라고 공부가 부족한 것은 지금으로써는 어쩔 수 없네요. 솔직히 말씀드려 제 머리 속에 들은 지식은 거의 없습니다.
별 것 없지만 제가 갖고 있는 자료를 아낌없이 나누어 드리고 있습니다. 그런 자료들의 대부분이 제 머리로는 소화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회원님들에게 나누어 드리는 것입니다. 받은 분들 중 머리가 좋고 공부가 깊은 분들이 소화하셔서 주변에 널리 나누어 주셨으면 합니다.
한 사람의 바른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축복이 됩니다. 예전엔 왜 할 일없이 스님들이 밥 축내가며 도를 닦는가 했습니다. 공부를 좀 하다 보니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김홍경선생님이 죄업 중 가장 큰 죄업이 잘못된 법을 설하는 것이라는 이유도 이해가 갑니다.
글을 쓰거나 메일의 말미에 늘 복 많이 지으라고 제가 권하고 있습니다. 회원님들 중 젊은 분들도 있지만 죽음은 순서가 없이 때도 없이 도둑처럼 옵니다. 내일 당장 죽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늘 복을 지어야 합니다. 가진 것이 없어도 칠보시를 늘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제가 기르는 텃밭의 채소들처럼 마음도 가꾸어야 합니다. 세상의 물질문명의 극한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극에 도달하면 변하게 마련입니다. 지구의 종말이 오는 것이나 내가 죽는 것이나 동일한 것이지요. 아닌가요? 하긴 저도 처자식이 있으니 조금 다르긴 하겠군요. 하여간 내일 종말이 온다 해도 사랑과 보시를 해야 합니다.
보시 중에 법보시가 최고라고 했는데 제가 깨달은 바가 없어 대단히 죄송합니다. 텃밭에 고구마는 굵어 가고 고추는 지금도 익어 가겠네요. 자연은 참 순수하고 아낌없이 주는데 인간은 왜 그렇지 못할까요? 중독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네요.
혹 아시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