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뇌, 생각의 출현'을 읽고

별꽃바람 2009. 10. 13. 15:45

“뇌, 생각의 출현”을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 우리 인간 역시 세포들의 춤사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인간의 의식이나 초월, 종교적인 깨달음조차도 세포 차원에서 설명합니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이런 측면은 다소 충격적이네요.^.^


그래서 아들에게 “왜 신은 인간을 떠나지 않는가?”라는 책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Brain Sex"를 통해 남성과 여성의 극적인 차이점이 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이해했답니다. 그런데 남녀가 아니라 신의 영역조차도 뇌의 화학적 반응의 일부라는 점은 정말 충격입니다.


인간의 큰 오류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믿는다는 점입니다. 인간 역시 미토콘드리아에서 진화한 세포 덩어리에 불과한데 말입니다. 고상한 인간, 초월적인 인간조차 세포덩어리일 뿐입니다. 남녀의 속성이나 생리는 뇌에서 분출되는 호르몬의 차이 뿐이고요.


그렇게 생각하니 좀 가벼워집니다. 너무 유물론적으로 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다양성은 과학적으로 따지면 호르몬의 분비 상태에 따라 좌우됩니다. 그런데 호르몬의 분비를 좌우하는 것은 뇌입니다. 그 뇌를 좌우하는 것은 살아온 환경과 지식이죠.


아무리 고상한 사람도 전두엽을 다치면 벽에 똥칠하는 치매가 됩니다. 운동선수도 소뇌를 다치면 전신마비 환자가 될 뿐이죠. 충격적인 일을 당하면 뇌의 감정부분에 손상을 당하는데 그런 경우에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합니다.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죠. 반복적인 불만이 쌓이면 일탈 행동이 나타납니다.


주변에 태양지기가 과도하게 발달한 사람들을 봅니다. 너무 도덕적인 틀에 얽매인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죠. 한편 소음지기가 과도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춤바람이 난 사람들이 대표적이죠. 양명지기가 발달해서 지적질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궐음지기가 발달해서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도 있고요. 이 모든 것이 결국 뇌의 작용입니다.


우리의 피부는 뇌의 일부라고 합니다. 경락이 피부를 따라 흐르는 것도 이유가 있는 것이죠. 과도한 것은 줄여주고 부족한 것은 넣어주는 사암침법의 원리는 현대 뇌과학으로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각 경혈의 특성을 물리 화학적으로 분석하여 임상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감각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물론 통찰력이 있는 인간의 능력은 어떤 컴퓨터로도 재현해 내지 못하죠. 문제는 일관성이나 계승발전이 되지 않을 경우 사장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사암침법이 수백년동안 사장되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사암침법의 연구에도 체계적이고 통계적인 기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뇌과학의 발전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궁금합니다. 최소한 3천권의 책을 읽어야 창의성이나 통찰력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시작도 못한 셈이네요.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상 또 한권의 책을 읽은 기념으로 횡설수설 해 보았습니다.

오늘부터는 “원효의 판비량론”을 읽고 있습니다.^.^


사족 :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기분 좋게 취했더니 후유증이 오래 가네요. 그래도 뭐 경직된 뇌를 푸는 데는 일탈도 약이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