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내경편 담문
아침에 출근을 하며 타고르의 시로 시작되는 오래된 정치 팸플릿을 읽었습니다. 거기에는 “주먹 쥐고 악수할 수 없다.” “정직이 결국 거짓을 이긴다.” “아름다운 나라 나의 조국”, “백성의 시간을 빼앗지 말라.” 고향과 어린시절, 철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평범한 가장으로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모든 정치인들이 여기에 쓰여 있는 글처럼 행동한다면 모든 국민이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오늘은 담에 대한 것입니다. 담은 “쓸개 빠진 놈”, “간담이 서늘하다.”라는 말에서 보듯 쓸개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동의보감에 나타난 것처럼 담은 결단을 주관하기에 담이 든든하면 용감합니다. 담경락은 옆구리로 지나가기 때문에 긴장상태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손을 옆구리에 대고 눌러서 담경락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담은 용기를 주관하는데 너무 심하게 놀라면 담이 무리를 하게 되어 상합니다. 놀라서 담이 상하면 얼굴이 퍼렇고 희게 됩니다. 한숨을 잘 쉬고 입이 쓰고 구역이 나며 쓴물이 올라오고 가슴이 울렁거리면서 누가 잡으러 오는 것처럼 무섭고 목구멍이 마르며 자주 침을 뱉는 것은 담이 상한 것입니다.
담이 허하면 무서워 혼자 자지 못하고 실하면 성을 잘 내고 잠이 많습니다. 담병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약재로 시호가 있는데 추웠다 열이 났다 하는 것을 치료합니다.
담이 용기를 의미하는 장기이지만 水生木처럼 진정한 용기는 부드러움에서 나옵니다. 경직된 마음으로 대립을 앞세우기 보다는 물처럼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삶을 사는 것이 자연에 순응하는 삶입니다.
유연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생활하시기를 기원하면서…….
타고르와 동방의 등불에 대해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Tagore, Rabindranath : 1861-1941)가 1929년 일본을 세 번째 방문했을 때, 당시 이태로(李太魯) 당시 동아일보 토오쿄오지국장이 한국 방문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응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즉석에서 넉 줄의 시 「동방의 등불」을 써서 건네주었습니다. 영어로 쓴 시의 원문과 주요한(朱耀翰)의 번역이 곁들여져 그 해 4월 2일자《동아일보》1면에 실렸습니다. 타고르의 이 시는 예언자적인 비전과 무한한 격려와 사랑을 담고 있어, 우리에게 큰 용기를 불러일으켜 주었습니다.
「 동 방 의 등 불 」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될지니.
The Lamp of the East
In the golden age of Asia
Korea was one of its lamp - bearers
And that lamp is waiting to be lighted once again
For the illumination in the East.”
그런데 이 시가 짧게 끝나 아쉬웠던지, 언제부터인가 이 뒤에 『기딴자리(Gitanjali)』의 제 35번째 시가 덧붙여져서 유포되었습니다. 이 시는 타고르가 영국에 항거하는 인도 사람들을 위하여 쓴 시인데, 아마 우리의 처지도 그와 비슷하여 자연스럽게 끌어들여진 것 같습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마음에 두려움 없이 머리를 높이 치켜들 수 있는 곳
지식이 자유로울 수 있는 곳
작은 칸으로 세계가 나누어지지 않은 곳
말씀이 진리의 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곳
피곤을 모르는 노력이 완성을 향하여 팔 뻗는 곳
이상의 맑은 흐름이 무의미한 관습의 메마른 사막에 꺼져들지 않는 곳
님의 인도로 마음과 생각과 행위가 더욱 발전하는 곳
그런 자유의 천국으로
나의 조국이 눈뜨게 하소서, 나의 님이시어.
Gitanjali 35
Where the mind is without fear and the head is held high ;
Where knowledge is free ;
Where the world has not been broken up into fragments by narrow domestic walls ;
Where words come out from the depth of truth ;
Where tireless striving stretches its arms towards perfection ;
Where the clear stream of reason has not lost its way into the dreary desert sand of dead habit ;
Where the mind is led forward by thee into ever-widening thought and action --
Into that heaven of freedom, my Father, let my country awake.
『기딴자리』는 타고르의 대표 시집으로 "신(神)에게 바치는 송가(頌歌)"라는 뜻입니다. 벵골 어로 된 157편의 서정시를 묶어1910년에 처음 출판됐는데, 타고르는 여기에서 57편을 추리고 다른 시를 첨가하여 모두 103편을 직접 영어로 옮겨 1912년에 영국에서 다시 출간했습니다. 이 시집으로 이듬해인 1913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1923년 안서 김억이 우리말로 번역하여 소개한 바 있습니다. 타고르의 시는 만해 한용운 등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