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맛과 약효
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약맛과 약효
달고 짜고 시고 맵고 쓴맛이 제각기 성질이 있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것을 참고로 알아두면 좋겠다.
매실이나 모과처럼 새콤한 것을 먹으면 몸이 움츠려지면서 군침이 돈다. 연탄가스 중독으로 어지러울 때 식초 냄새를 맡게 하거나 조금 먹이는 것도 이런 톡 쏘는 자극성을 이용한 것이다. 음식에 초를 치면 잠시 빳빳해지는 것도 이와 같다. 그러나 역시 신맛은 오그라뜨려서 빳빳하게 하므로 가령 식초를 장복하면 처음에는 개운한 것 같으나 계속하면 혈액순환이 오히려 수축될 수도 있다.
설탕 꿀 감초 대추 용안육은 달다. 단 맛은 누그러뜨린다. 긴장을 풀어준다. 그러므로 바짝 마른 경우, 긴장되어 있는 경우에 촉촉이 적시고 느슨하게 해준다. 그러나 많이 먹으면 위가 게을러져 입맛이 떨어지기도 하고 소화가 안되기도 한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쪼그라들면서 부드러워진다. 이와 같이 짠맛은 오그라뜨리기도 하고 연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짠 것도 신 것과 공통적으로 우리 인체 내부의 활동력을 붙드는 성질이 있으므로 심지어 죽염이라 하더라도 과하게 먹으면 힘이 빠지기도 한다.
고추나 후추를 먹으면 혀와 배속이 후끈후끈해지고 많이 먹으면 몸이 달아오른다. 즉 매운 맛은 기운을 활동시켜 열을 낸다. 그러므로 추위를 잘 느끼든지 몸이 냉한 사람은 생강, 계피와 같은 매운 성질의 약이나 따뜻한 물을 좋아한다. 반면에 위벽이 약한 사람이 매운 걸 함부로 먹으면 속이 따갑고 쓰려진다.
고무장갑 없이 김장을 담으면 손이 따가워 애를 먹는다. 이때 쓴너삼(苦蔘) 달인 물에 손을 담그면 그만 괜찮아진다. 이와 같이 쓴맛은 매운 맛과 반대로 진정을 잘 시킨다. 매운 맛은 조직을 풀어헤치는 발산의 성질이 있는 반면 쓴맛은 오그라뜨리는 수렴의 성질이 있어 해열, 진정, 소염하는 약은 대개 쓴맛이다. 황금, 황련, 황백, 시호, 대황, 용담 등이 그 예이다. 또 위장이 풋풋하니 습기가 많을 때에는 쓴 음식을 먹으면 입맛이 돌아오는 것은 쓴맛이 습기를 말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태우면 쓴맛이 생기는 것도 이와 같다. 그러므로 쓴 걸 많이 먹으면 내장이 식어지거나 마를 수도 있다. 냉하거나 수척한 사람은 익모초, 케일, 영지 등을 너무 많이 먹지 않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