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너무 좋아 탈
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입맛이 너무 좋아 탈
식욕 조절을 위해 벽에 날씬한 배우가 등장하는 달력을 걸어놓는 주부가 있는가 하면 별별 방법을 동원하여 식욕을 억제하고 있다.
입맛은 당연히 위장 췌장의 상태가 가장 영향이 많다. 위장과 췌장이 정상이면 식욕이 정상인데 만일 무력해지면 입맛이 떨어진다. 반면에 위장과 췌장이 달아오르면 식욕이 너무 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위장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당연히 입맛이 없어지고 위장이 열을 내고 있으면 필요 없는 식욕항진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위장 췌장이 달아오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가령 잔칫집에 가서 잘 먹고 왔는데 이상하게 속이 허전하게 느껴지면서 라면이라도 끓여 먹고 싶은 충동이 나는 경우를 겪은 적은 없는가? 분명히 배가 고픈 것은 아닌데 식욕이 나는 것이다. 이것은 포식을 하여 위장이 평소 이상으로 열심히 일하다 보니 달아올라서 우리는 속이 괜히 허전한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식사가 불규칙적인 사람은 흔히 과식을 하기 쉬우므로 위가 약해져 잘 달아오른다.
감정의 영향도 많다. 흔히 기분 나쁘면 먹는 걸로 화풀이한다는 사람이 있다. 정신적 공허함이 육체적 공복감으로 전이되어 많이 먹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화를 내든지 무안을 당하든지 하면 얼굴이 달아오르듯이 불평 불만이 있으면 위장이 잘 달아오른다. 본디 위장 췌장은 몸 전체를 위하여 영양을 배급하는 역할인데 이때 심장이나 간이나 다른 장기는 가만 앉아 기다리고만 있는 게 아니라 이 일을 전부 거들어 준다. 그런데 불평 불만이 있으니 내장이 활발할 리가 없고 ‘수신인 부재’로 우편물이 돌아오듯이 배급이 되지 않으니 위장 췌장의 업무가 늘어나서 애를 먹는다. 그러므로 열을 낼 수밖에 없고 식욕이 자연히 당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입맛 좋은 걸 내버려두고 있다가 비만이 되고 나서 고민할 게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입맛이 당기는 것은 일종의 병이니 치료를 해야겠다. 원인적으로는 불만을 적게 가져야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이 가장 정상적으로 돌아가서 식욕항진이 없어지겠고, 의학적으로는 달아오른 위장, 췌장을 편하게 해줄 뿐 아니라 전체 오장육부가 한 식구로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조절해 주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