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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자'를 읽고

별꽃바람 2012. 4. 22. 13:19

 

 

주진우기자의 주기자를 읽었습니다.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80년의 봄은 어렸기 때문에 무슨일인지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87년 민주화 항쟁 당시에는 촌구석에서 먹고 살기에 바빴습니다. 그리고 지금 비겁하게 침묵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마치 뱀이나 개구리가 겨울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말입니다. 그러나 이 겨울은 누군가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지 않으면 영원히 지속될 겨울입니다.

 

지난 독재시절 수 많은 민주화 영령들의 피 덕분에 봄을 맛 보았습니다. 그리고 무늬만 민주정부인 문민정부를 거쳤습니다. 드디어 본격적인 민주주의가 만개한 국민의정부, 참여정부의 열매를 맺기도 전에 다시 엄혹한 겨울이 왔습니다. 그건 공짜로 얻은 독립, 예고 없이 찾아온 독재자의 몰락으로 준비없이 민주주의를 맞이한 탓에 지킬 역량이 부족하였기 때문입니다.

 

한편 눈에 보이는 독재가 문민정부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기득권의 전횡은 사회전반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예전에 군부가 독점했던 권력은 언론, 재벌, 사법부, 종교, 입법부로 독버섯처럼 퍼져 나갔습니다. 그러는 사이 대한민국은 무늬만 민주국가였지, 사실상의 귀족국가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IMF와 세계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20:80시대는 1:99시대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특권층과 천민만 남는 구조로 변해버렸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변해버린 저변에는 기득권의 탈법, 불법적인 행태도 있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득권 집단에 들어가려는 욕망을 가진 보통사람들의 방관도 일조를 했습니다. 비리와 탈법, 부정과 부패에 공조하고 작은 이익이 주어진다면 기꺼이 그들의 주구가 된 국민들의 무지가 이 나라를 기형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출세와 부귀영화의 탐욕에 눈이 어두운 대다수 국민들이 기득권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발버둥쳤습니다. 그 덕분에 기득권 세력은 아무런 제재 없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습니다. 지금은 기득권 세력에 대항하기 위한 힘이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고 다수의 국민들은 그들의 전횡을 용인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부류가 있습니다. 끝까지 약자를 위해 싸우는 다윗이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두려움에 떨면서 침묵하는 다수 앞에 서서 자신의 피해를 감수해 가며 약자를 위해 싸우는 그들은 영웅입니다. 그 중심에 주진우기자가 있습니다. 그는 진정 이 시대의 영웅이며, 훗날 위인전에 기록될 인물입니다.

 

나는 꼼수다를 통해 그의 존재를 알았고 ‘주기자’를 통해 그의 진면목을 보았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주기자’를 지인에게 빌려 2일만에 다 보고 즉시 구입 신청했습니다. 주진우기자는 기자 맞습니다. 말보다는 글이 더 빛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의 시대정신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용기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읽으면서 나 자신에 대해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침묵하며 지내 온 삶에 대해 자괴감마저 느낍니다. 그래서 도인들은 현실에서 떨어져 지내는 가 봅니다. 보고 들으면 마음의 평안을 지킬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주기자’ 서문에서 주진우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 기사는 편파적이다. 항상 약자의 시선에서 세상을 보려 한다. 중립이라고 자위하면서 음흉한 속을 감추는 언론보다 편파적인 게 백배는 낫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한데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강자 편을 드는 것 아닌가? 똑 같은 룰로 링에서 싸우면 당연히 힘센 놈이 이긴다. 게다가 그 룰로 힘센 놈이 만든 것 아닌가? 기자들은 힘센 놈의 말만 듣는 게 현실이다. 이게 정의인가? 나는 중립, 균형을 찾기보다 편파적으로 약자의 편에 서겠다.”

 

대한민국이 강자 위주로 돌아가는 것은 기자들의 책임이 크다. 진실에 눈감고, 강자의 편에서 글을 쓰고 있다. 세상물정 모르는 서민들은 신문에 난 글이 진실이라 믿는다. 그게 설사 자신들에게 불리한 글이라도 말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했으나 펜이 구부러질 때 세상은 한없이 왜곡 된다. 곡학아세를 넘어 펜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흉악한 지식도둑놈 강도가 판치는 세상이다. 이런 현실에서 주진우기자는 진정한 기자다.

 

이 책은 팩트를 중심으로 기득권의 심장부를 드러낸다. 검경, 삼성, 종교, 언론, 이명박대통령 우리나라의 권력과 기득권의 중심이다. 그리고 순진한 개혁주의자 노무현을 이야기한다. 또한 우리 사회의 영원한 논쟁거리인 친일파와 빨갱이에 대해서도 팩트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모두 약자다. 당신도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나치독일 당시 한 시인은 자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평범한 시민이 범죄자 취급을 받는 세상이다. 그건 우리가 불의에 침묵해 온 댓가다. 그런 면에서 주진우기자는 무모한 영웅이다. 이길 수 없는 싸움에 선봉에 서서 몇 안 되는 투사들을 이끄는 선봉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