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붓다를 죽인 부처를 읽고

별꽃바람 2012. 5. 29. 12:47


러시아에서 귀화한 박노자교수가 쓴 불교비판서다. 어제가 부처님 오신 날이기도 하고 해서 짧게 읽은 소감을 적어 볼까 한다.

많은 부분 공감이 가는 면이 있지만 현실적인 고려가 부족한 부분도 있어 보인다. 비판의 주요 내용은 여자에 대한 차별, 기복 신앙으로 변질된 부분, 계율 특히 살생을 금하는 것에 대한 회피, 불상 숭배, 호국불교와 국가 폭력, 종단의 계급화 서열화 문제, 현실 도피적인 선불교의 문제 등이다.

이중에서 여성차별, 기복신앙, 불상숭배, 종단의 계급서열화, 현실과 동떨어진 참선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살생을 금한다는 명분으로 군 입대를 부정하거나 호국불교를 반대하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 나라가 멸망하더라도 나만 고귀하게 남아 깨달음을 얻어 해탈을 하면 될까?

너와 나 자연이 모두 하나인데 나 혼자 잘되는 길을 택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법일까? 많은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물론 국가 권력의 폭력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임진왜란이나 몽고군 침입과 같은 병란에 처해서도 숨어서 도만 닦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저자는 살생유택 자체를 비판하고 있고,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고 폭력 자체를 절대 반대한다. 물론 자신이 피해를 본 경우에 대해 분노하거나 폭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구도자의 자세가 아님은 맞다. 그러나 대중이 죄 없이 절대 권력에 의해 시달리는 것을 모르는 척 하는 것은 참 구도자라 할 수 있을까?

하긴 구도자의 입장에서 볼 때 몽고에 병합되거나, 일본에 합방되더라도 개개인의 차원에서는 별 문제 아니라는 입장을 가질 수도 있다. 지배자가 바뀌었을 뿐 피지배자는 평소처럼 생활하면 그뿐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더구나 영원한 삶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현생에서 잠시 괴로움은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런 태도는 종교의 필요성을 축소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여간 생각이 많게 만드는 책이다. 특히 내가 요즘은 절벽에 막혀 진행을 못하고 있지만 공안공부를 하고 있는 입장이니 더 머리가 복잡하다. 요즘 불교계가 시끄럽다. 인간의 속성을 불교계라고 해서 초월하기는 힘든 모양이다. 어제 법륜스님이 SBS의 ‘힐링 캠프’에 나왔는데 승적이 없단다. 없기 때문에 더 좋은 면이 많다고 한다.

그렇다. 얽매이지 않고 소신껏 자신의 품은 뜻을 펼치는 것이 더 큰 결과를 낳을 수 있겠다. 불교계도 현실적인 측면에서 많은 개선이 있기를 고대해 본다. 모든 종교는 믿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세상만물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사랑과 보시를 베푸는 것을 근본으로 삼고 있지 않은가? 종교가 종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하며 이만 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