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저는 호기심이 참 많은 사람입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알고 싶어 묻고 또 묻다가 조금 커서는 책을 참 열심히 읽었습니다.
어린 시절 시골에 살았습니다. 책이 있을 리가 없었지요. 8살이나 많은 누나가 있어 선행학습(?)은 했지만 그 이상은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에 살던 친척이 생활이 어려워져서 집에 있던 책들을 우리 집에 보관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책들이 많았는데 그중에 생활백과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일종의 백과사전인데 다양한 분야에 대해 망라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국어사전이나 옥편도 저에게는 좋은 공부거리였지만 그림이 많이 삽입된 생활백과는 정말 좋은 교재(?)였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생활백과를 통해 소소한 세상사는 물론 성교육(?)까지 마스터했답니다. 책읽기를 좋아하다보니 도서관은 환상의 장소였습니다. 고교를 진학한 후 당시로는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책들이 놓인 서고를 보며 환희에 젖기도 했습니다. 나름 열심히 책을 빌려다 보았지만 그 많은 책들의 일부만 보는데 그친 듯합니다. 오히려 공부에 짓눌러 고학년이 되어서는 일반 서적을 멀리하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고교 졸업 후 대학에 들어가서는 노는데 정신이 팔려서 책을 많이 읽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입사해서는 시골에 근무했기 때문에 도서관이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책들은 구입해서 읽곤 했는데 책장이 만원이 되어 아내에게 구박을 받곤 했습니다. 제 꿈은 몇 천권쯤 보관할 수 있는 서재를 갖는 것인데 아마 은퇴해서 낙향하기 전까지는 불가능한 꿈인 듯싶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수많은 자료들을 인터넷에서 모아서 책으로 만들어 읽곤 했습니다. 지금 제 책장에 1/3은 그렇게 만든 책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집 근처에 시청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아내의 구박을 받지 않고 쉽게 책을 빌려다 마음껏 읽을 수 있답니다.
일주일에 한권쯤 읽을 생각으로 책을 빌려다 읽고 있습니다. 최근 저를 형으로 부르는 시의원의 이야기에 의하면 박원순시장은 요즘 바쁜 와중에도 매일 한권씩 책을 읽는다고 합니다. 자기도 그러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더군요. 갑자기 부끄러워집니다. 별로 할일도 없고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는데도 일주일에 한권으로 만족하고 있다니요.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내공이 커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기초가 부족한 저와 같은 사람은 조금 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기본 베이스가 있어야 응용이나 활용이 가능하지요. 요즘은 공부에 필요한 자료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집 근처 교양센터를 알아보면 도서관이 아니라도 책은 얼마든지 구해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이 아니라도 인터넷에 자료들이 넘치고 있지요. 하지만 인터넷의 자료는 단편적인 경우가 많아서 깊이가 없죠. 가능하면 스마트폰이나 PC가 아닌 종이책으로 내공을 기르실 것을 권합니다. 육체의 내공은 운동으로 기르시고, 내면의 힘은 독서를 통해 기르시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쓰는 제 주변에 당장 읽어야 할 책이 5권이나 쌓여 있네요. 심심할 겨를이 없는 하루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