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민주주의에 희망은 있는가?
1983년 읽었던 책의 제목이다.
당시에 우리나라의 사정은 군사독재가 끝나고 민주화의 싹이 트려는 찰나 다시 군화발에 짓밟히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공감은 크게 갖기 어려웠지만 미래를 생각해 본다는 측면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독재의 끝이 보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겨울이 길어도 봄은 오게 마련이다. 대한민국은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다.
하지만 이후 이 책이 더욱 조명받게 된다. 이른바 야권 분열에 의한 군사독재의 연장, 그리고 기득권 세력으로의 투항에 의한 적폐청산 실패의 역사가 이어졌다. 다행히 위대한 정치지도자인 김대중대통령의 당선으로 민주주의 기초가 다져졌지만 민주주의의 위기는 계속되었다. 우리 역사상 세종대왕 이후 가장 위대한 지도자인 노무현대통령의 등장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이다.
노무현대통령은 수많은 대중이 이제 스스로 권력을 선택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하지만 기득권의 저항은 집요하고 치밀했다. 결과적으로 우매한 국민은 다시 기득권을 선택하게 되었고 10년의 암흑기를 스스로 자초했다. 국가권역에 의한 부정선거가 부활했고, 언론 자유는 추락하고, 부정부패는 기승을 부렸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힘겨운 퇴행의 길에 놓여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언유착에 의한 편파보도에 감염(?)되어 기득권 세력의 손을 들어 주었다.
무능한 지도자로 인한 국가적 재난은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현실이다. 보이는 것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지난 십년간 우리의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국가 부채의 급증으로 국력이 바닥난 것이다. 미래에 대한 투자가 없다보니 오늘보다 내일이 더 걱정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기득권 집단의 논리에 휘둘린다.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표시가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국민이 정말 많다. 민주주의에 희망은 있는가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여성이라 찍어 주고, 동향이라고 찍어 주고, 심지어는 독재자의 딸이기에 찍어 주기도 한다. 전과 14범이라도 대기업을 경영했으므로 국가도 잘 경영할 것이라 믿고 찍어 준다. 도덕성, 인간성, 지도력 이런 것들에 대한 평가를 하기에는 대중의 판단능력은 너무나 부족하다. 정치적으로 무지한 국민의 잘못된 선택이 히틀러, 트럼프라는 괴물을 만들었고, 영국의 브렉시트를 낳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민주주의가 완전한 제도가 아님을 보여준다. 특히 노년층의 편향된 정치의식과 젊은 층의 정치 무관심은 갈수록 국가를 노쇄하게 만든다. 선전선동에 능한 정치꾼이 판을 치면 국가는 파멸될 수 밖에 없다. 민주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자유와 국가기관 감시, 사정기관의 청렴성과 법 집행의 일관성, 국민 전반의 정치적인 수준 향상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정치적 환경에서는 기득권에 의한 보이지 않는 조종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측면에서 한두명의 지도자에 의한 정치보다는 다양한 정치적 식견을 가진 정당에 의한 정치가 필요하다. 또한 언론도 국가의 장래를 위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민주주의에 희망은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인류가 만든 최고의 제도인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필요한 싯점이다.
평범한 개개인이라고 외면하고 무시하는 순간에도 기득권을 지키려는 집단들은 집요하게 빈틈을 파고 든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의 희망을 자신들의 것으로 가져간다. 대한민국의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을 가장 잘 아는 것이 기득권 집단이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의 권력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려 한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개, 돼지 취급을 한다.
개, 돼지 취급을 당하는 것은 스스로의 권리를 내 팽개쳤기 때문이다. 아니 기득권의 논리에 설득당해서 나의 권리를 그들에게 통째로 내 주었기 때문이다. 어떤 권력도 국민보다 위에 있지 않다. 선거 때 보면 국민이 권력임을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깨어있지 못한 국민이 많다보니 민주주의에 희망이 사라진다. 나의 미래, 내 자손의 미래를 위해 정치적으로 늘 깨어 있는 국민이 절대 다수일 때 민주주의에 희망은 있다. 절실하게 민주주의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