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여자나이 마흔 하고도 다섯(국화꽃향기)

별꽃바람 2008. 2. 18. 11:19

국화꽃향기님 동호회 게시판에서 무단으로 퍼왔습니다.


국화꽃향기님의 글과 올리시는 사진 보면 하루가 행복합니다.

가끔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 다시 보곤 하기도 합니다.^.^

무펌했다고 화내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글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시는 것 자체가 큰 보시입니다.

이하 펌글.


여자나이 마흔은,

젊다고 하기엔 쑥스럽지만

그렇다고 늙었다는 말엔 기분이 상하는 나이

아무리 좋은 화장품으로도

가려질 수 없는 것들이 하나 씩 생기는 나이

사진 찍기가 왠지 망설여지는 나이


옷을 고를 때면

숙녀복매장에서 기웃거리다가

슬그머니 되돌아서게 되는 나이

나도 모르게 화사한 색상에 눈길이 가는 나이

남편과 자식 사이에서 저울질하다가

자식 쪽으로 눈금이 기울어지는 나이


때로는

비를 맞으며 걸어도 보고 싶고

설움에 실컷 울어도 보고 싶은 나이

멋진 멜로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사랑에 빠져보고 싶단 생각을 하는 나이

가을이면

가족걱정 접어두고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어지는 나이

나보다 훌쩍 커버린 자식이 대견스럽다가도

아들의 여자친구에 질투를 느끼는 나이


몸짱아줌마 사진을 보고서

다이어트한다고 한 두끼쯤 굶어본 경험이 있는 나이

노래방 가서 책장을 넘기는 것보다는

7080인기가요가 더 눈에 잘 들어오는 나이

젊어 보인다는 접대성 멘트가 기분 좋아지는 나이

슬픈 드라마를 보다가

못다 이룬 첫사랑의 아픔에 눈물 찍어내는 나이


마을버스를 타면

비어있는 경로석에 앉기도,

자리를 양보하기에도 어정쩡한 나이

지하철 노선도를 보는 것 보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묻는 것이 더 편해지는 나이

스테이크 보다는 뜨끈한 국물이 좋아지는 나이

댄스음악보다는 트로트가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는 나이

아침이면 모닝콜이 울리기 전에

저절로 눈이 떠지는 나이


화려한 그림보다

커다란 숫자 밑에 음력날짜가 꼭꼭 박힌

농협 달력이 좋아지는 나이

새치 하나에 백원씩 주는 것 보다

차라리 염색을 하는 편이 더

이익이 된다는 판단이 서는 나이

샤워를 하는 것보다 찜질방을 더 선호하는 나이

남편보다 자식보다 친구가 더 좋아지는 나이

가족모임보다 동창회에 더 열심히 참석하게 되는 나이


어쩌면 이제는,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가야 할 날들이 더 적을 지라도

아직은 이루어야 할 꿈이 있는 우리는

마흔하고도 다섯살, 하늘빛 꿈을 꾸는 중년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