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오링 테스트와 체질 감별
요즈음 소개되고 있는 오링 테스트란 것은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붙이고 있으면 남이 그 손가락을 벌려 봐서 잘 떨어지나 않나를 알아보는 것인데 반대쪽 손에 자기에게 맞는 과일이나 야채나 약초를 쥐고 있으면 손가락 힘이 더 세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손가락 힘이 세어지는 물건 종류를 알아내면 체질도 감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문의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알고 봤더니 과일도 아무거나 먹는 게 아니고 자기에게 맞는 게 있군요.”
“이렇게 간단히 체질을 감별할 수 있다니 신기합니다.”
이 정도는 약과다.
“담뱃갑이나 술병을 잡아도 알 수 있다면서요?”
이쯤 되면 가히 만화를 능가한다.
실제로 손가락 힘이 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까닭은 저쪽에 쥔 물건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심리적인 원인이다. 가령 쌀 한 가마를 지느냐 못 지느냐 하는 것은 온 몸의 힘을 다하여 애쓰는 것이므로 대략 평균치가 나온다. 그러나 손가락 끝을 맞대고 주는 힘이란 어설프기 마련이어서 일정한 힘을 주고 있기가 어렵고 약간만 정신을 딴 데 쓰면 힘이 달라져 버린다. 그것도 저 손에 뭘 쥐고 있으니 정신 집중이 안되어 더더욱 일정한 힘을 주기가 어렵다.
그러니 오늘은 감자 체질, 내일은 고구마 체질이 되기 십상이다. 설령 감자만 쥐었다 하면 손가락 힘이 좋아진다 치자. 그렇다고 감자가 몸에 받을 것이라는 결론은 뽀빠이의 시금치를 생각나게 한다. 논리적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체질이란 그 사람의 기질과 체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즉 누구든지 자기 성질과 체격을 알고 있으니 사실은 자기 체질을 잘 알고 있는 셈이다. 요즘처럼 먹을 게 풍부한 세상에 음식이야 별 문제도 아니다. 야윈 사람은 속만 좋다면 영양식을 해도 좋을 것이고 체중이 많은 사람은 되도록 담백하게 먹으면 그만이다. 기호에 맞는 음식만을 즐기는 것도 일종의 편식이거니와 먹고 싶지도 않은 것을 체질 음식이라고 억지로 먹는 것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골고루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