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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울림

별꽃바람 2010. 7. 14. 00:08

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귀울림

 

흔히 연세 드신 분들이 귀울림증이 있다. 주로 매미 소리 같기도 하고 라디오 잡음 같기도 한 소리가 보통 때는 잊고 있다가 조용한 곳에 있으면 들리기도 하고 아예 하루종일 왱왱거리기도 한다. 이것이 진행되면 차츰 귀가 멀어지게 된다.

나이 탓이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노인이라도 자기의 노력으로 고친 사례도 있고 요즘은 젊은 사람에게도 귀울림증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라 그 원리를 분명히 알고 예방과 치료 대책을 세워 보기로 하자.

이제 가을이 되었다. 들판에 나가 보면 바람 불 때마다 풀끼리 싸-하고 서걱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계절이다. 봄․여름에는 바람이 불어도 풀 소리가 별로 나지 않는데 유독 가을․겨울에 소리가 심한 것은 풀이 말라 있기 때문이다. 또 가을․겨울의 마른 풀이라 해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소리가 안 난다.

우리 몸도 꼭 이와 같다. 인체에서 풀은 귀와 같은 예민한 감각 기관이요, 마른 풀이란 노인이 되어 영양이 말라진다는 말이요, 바람이란 열을 받아 기운이 순조롭지 못하고 위로 왈칵 쏠리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노인에게 귀울림이 흔한 것은 나이 들어 조직에 영양이 말라지니 가을 풀과 같아서 약간만 흔들려도 소리가 잘 나는 것이고, 그래도 바람이 안 불면 괜찮겠지만 남에게 지기 싫어하여 자존심이 잘 상하든지 완벽함을 좋아하여 애를 많이 쓴다든지 걸핏하면 화가 나는 조급한 성격으로 열을 잘 받는 분이라면 이게 모두 바람 부는 격이니 마른 귀를 흔들어 귀울림이 되는 것이다.

젊은 사람은 봄풀처럼 물이 충분하여 어지간히 열을 내고 흔들어도 소리가 잘 안 난다. 그러나 손바닥을 세게 비비면 마찰 때문에 후끈 나듯이, 자꾸 열을 내면 젊은 사람도 귀의 신경이 일찌감치 약해져서 마침내 귀에 찡-하는 소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일시적으로 과로를 한다든지 해서 귀가 멍해지는 것을 보아도 짐작이 갈 것이다. 과로를 하면 위쪽으로 상기되기 때문이다.

치료야 마른 풀은 물을 대주고 위로 뜬 것은 내려 주는 약을 쓰면 될 것 같지만, 그것만으로 잘 안된다. 눈이 보고 귀가 듣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음 즉 생명이 있기 때문에 보고 듣는 것이므로 우리 몸의 주인인 이 마음이 흔들지 않아야 치료도 되고 예방도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