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가을 운동(땀은 이제 그만)
이번 여름은 몹시 더워 예년보다 무척 땀을 많이 내었다. 백로까지 더웠으니 스무날 더 더웠던 셈이다. 그 덕에 지쳐 요즘 잔병이 많다.
이제 가을이니 땀은 그만 내자. 해도 늦게 뜨니 새벽 운동하는 분은 꼭두새벽부터 나서지 말고 한 30분 늦추자. 체조 반 조깅 반 하고 있다면 체조는 그대로 하되 땀나는 조깅은 반으로 줄여 보자.
땀을 뻘뻘 흘려야 운동한 걸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살찐 분들은 더하다. 그러나 살 빼려고 땀 뺀다는 건 맞지 않다. 체중은 지방인데 땀은 수분이니 살이 빠질 리가 없다. 도리어 기운만 더 빠진다.
운동 전문가인 운동선수조차 선수 생활을 얼마 하지 않아 은퇴하고 마는 것을 보라. 이 모두 단시간에 과도한 운동을 한 때문 아닌가?
‘그런 걸 누가 몰라요? 그러나 땀이 나도록 운동을 해서 에너지를 소모해야 체중이 줄지 않겠습니까?’
좋다. 그러나 체중이 왜 늘었을까? 공장이 잘 안 돌아가기 때문이다. 인체는 밥 먹은 걸로 영양과 기운을 만들고, 그래도 남는 게 있으면 지방으로 저장한다. 그러므로 과식하지 않으면 본디 살찌지 않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기계가 잘 안 돌아가면 영양도 기운도 잘 만들지 못하고, 제일 만들기 쉬운 지방으로 대충 저장해 버리고 만다. 그러니 많이 먹지 않아도 살찌는 분이 많은 것이다. 혹은 살은 안 찐다 해도, 잘 먹고도 기운을 못쓰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인체의 공장이 잘 돌아가는 방법을 연구해야겠다. 운동도 하나의 방법인 것은 사실이나 이것은 밖에서 흔드는 방법이다. 공장장이 돌아다니며 독려하는 셈이다. 그러나 기술자들이 신이 나지 않는데 일에 능률이 오를 리가 없다.
역시 제일 좋은 방법은 공장 분위기가 좋아야겠다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주인이 기분 좋아야겠다. 그래야 신진대사가 그럴 수 없이 왕성해서 설사 학생은 책상, 주부는 집안, 회사원은 사무실 근처에서 꼬물락거리기만 해도 운동 부족은커녕 원기 왕성하다. 이것이 자발적으로 안에서 흔드는 방법이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배가 차가운 사람이 찜질할 동안은 배가 따끈하다가도 중단하면 금세 식는다. 정말 배를 데우려면 몸 안에서 심장이 배를 데워 줘야 식지 않는다. 그러니 심장을 편하게 해서 혈액순환이 왕성하게 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운동도 좋지만 가능하면 마음을 턱 놓고 긍정적으로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