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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유전개발 의혹을 지켜보며

별꽃바람 2005. 5. 30. 18:17
 

권력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정책


최근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비리 의혹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4.30 재보선을 즈음하여 미묘한 시점에서 참여정부 권력의 핵심인사라고 지목되고 있는 이광재의원과 연루된 이번 사건은 우리당의 참패를 불러왔고 우리당과 참여정부의 지지율을 추락시키는데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이 사건이 알려졌을 때 점쟁이는 아니지만 직감적으로 권력의 명성에 기댄 사기사건이라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유전개발이 시도될 당시 노무현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고 장기적인 에너지 수급차원에서 대대적인 원유도입 협상을 이끌어 낸 시점이라 청와대가 깊이 개입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해명과 주변정황을 확인하고 이번 사건은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 권력의 실세만 들먹이면 시스템을 무시하고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한건 올리고 보자는 삐뚤어진 공무원들의 행동양식을 이용한 사기사건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건의 줄거리를 보면 이번 사기사건의 주범격인 전대월씨가 이광재의원과의 친분을 이용하여 허문석씨를 소개 받고 전대월과 허문석씨는 이광재의원과 이기명씨의 명성을 이용하여 새로운 사업을 찾고 있던 왕영용 철도청 사업개발본부장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하는 제 추측으로 작성한 사건의 개요입니다. 그동안의 언론보도와 관계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주관적인 관점에서 소설을 쓰듯 작성했기에 사실과 다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실은 검찰의 조사로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입니다.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성한 것입니다.

처음 전대월씨는 이광재의원과 친분을 이용하여 뭔가 크게 사기를 칠 것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철도청에서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찾고 있다는 사실과 정부에서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차원에서 러시아 측과 유전사업에 관해 협의를 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합니다.

전대월씨는 이 두 가지를 묶어 철도청을 상대로 사기를 칠 구상을 하고 이광재의원을 찾아가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계획을 협의합니다. 이광재의원은 유전개발에 대해 지식은 없지만 사업의 타당성이 있을 경우 국가적으로도 이익이라는 생각에서 석유개발 전문가인 허문석씨를 소개해 줍니다.

전대월씨의 설명을 들은 허문석씨는 유전개발에 대해 검토를 한 뒤 철도청의 왕영용사업개발 본부장을 찾아갑니다.

왕영용본부장은 전대월과 허문석씨를 통해 러시아 유전개발의 사업 가능성에 대한 과대 포장된 설명과 그들이 틈만 나면 들먹이는 이광재의원과 이기명씨의 이야기를 듣고 청와대 핵심부에서 지원을 해 줄 것으로 믿고 사업에 참여할 것을 결정합니다.

왕본부장은 과대 포장된 사업계획서를 김세호철도청장에게 보고합니다.

왕본부장으로부터 유전개발 계획서를 보고 받은 김청장은 유전사업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고, 왕본부장과 신광순철도공사 사장에게 지속적인 보고를 받고 유전사업의 성공을 위해 여러 사람들과 접촉하며 협조를 당부합니다.

우리은행에 대출과정에 국정원직원이 합석한 것도 우연은 아닌 듯 합니다. 즉 철도공사의 유전개발이 공사 단독차원이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이라는 인식을 주기위해 의도적으로 국정원 간부들을 황영기우리은행장과의 만남에 합석토록 한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도 이광재의원이나 이기명씨의 실명이 거론됩니다.

황영기우리은행장은 정부의 믿을 만한 인사들이 방문하여 사업에 대해 대화를 하고 협조를 당부하는 상황에서 별다른 의심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청와대와 이광재의원 등의 실세의 이름이 거론되는 상황이라면 충분히 사업타당성이 검토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김청장은 왕본부장으로 하여금 보험차원에서 청와대 관련 비서관에게도 보고를 하도록 지시합니다. 청와대 비서관에게 보고할 때도 이광재의원이나 이기명씨에 대해 거론을 합니다. 청와대에서는 뜬금없는 철도청의 유전개발 보고에 대해 정보도 부족하여 상부에 보고하기 보다는 의례적으로 잘 검토해서 추진해 보라는 정도의 답변을 했을 것입니다.

다만 당시 석유개발공사를 통해 러시아 유전개발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사업 타당성에 대해 석유개발공사 전문가 등을 통해 알아보았을 수도 있었습니다.

만일 철도청에서 정식 문서로 석유개발 계획을 보고했다면 보다 면밀하게 검토하고 검토보고서를 작성하여 상부에 보고하거나 철도청에 통보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유전개발의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을 것이고 이번 사건은 초기 단계에서 무산되었을 것입니다.

제가 판단으로는 철도공사 왕본부장으로부터 구두보고를 받은 청와대 김경식행정관은 유전사업에 대해 깊은 검토를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김청장은 신광순철도공사 사장과 함께 이희범산자부장관을 방문하여 협조를 요청했을 겁니다. 물론 이 자리에서도 이광재의원이나 이기명씨 실명이 거론되었을 수 있습니다. 이장관은 간부직원들에게 김청장의 요청사항을 설명하고 자세한 것을 검토하여 보고할 것을 지시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김청장 등 철도공사 관련자들은 우리은행을 방문하고 대출을 협의했고 우리은행에서는 산자부 관계자들에게도 유전개발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 문의를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산자부 간부직원들은 장관에게 지시받은 사항도 있고 해서 철도청에서 유전개발을 하려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출은 이루어졌고 노무현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이후 유전개발 비용을 러시아 측에 송금합니다. 그러나 사업이 진척이 없자 정부 측의 협조를 얻기 위해 왕본부장은 허문석씨와 함께 이광재의원을 찾아갑니다.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유전개발에 대한 협조요청을 듣고 이광재의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왕본부장에게 질책을 하는 한편 관련 사실여부를 파악했던 것 같습니다.

이희범산자부장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실무자들은 철도공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유전개발에 대해 검토를 하고 사업의 타당성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결론이 나온 것은 철도청에서 우리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러시아 측에 송금을 하고 난 이후였을 것입니다.

만일 사업타당성에 대한 검토보고서가 송금 이전에 작성되었다면 이 부분 또한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석유공사나 산자부에서 검토한 보고서는 관련 기관에 배포되었을 것입니다. 그 사실은 철도공사는 물론 우리은행과 국정원, 청와대에도 알려졌을 것입니다. 물론 사업타당성 보고서가 석유공사나 산자부에서 작성되지 않고 철도공사 내부에서 뒤늦게 작성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한편 철도공사에서 무리한 사업을 추진하여 국고에 손실을 입혔다는 정보를 파악한 국정원에서는 관련 경위 조사를 실시하여 청와대에 보고했고 청와대에서는 사실여부를 철도청에 확인했던 것 같습니다.

이광재의원의 문제제기와 청와대와 국정원의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유전개발과 관련한 사람들은 대책을 논의했을 것이고 문책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계약을 파기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은 전대월씨가 입안하고 출세에 눈이 어두운 일부 공무원들과 권력에 굴종하는 관련자들의 합작품입니다.


현재 이번 사건의 핵심은 이광재의원이 이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었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노무현대통령이 국정원과 검찰, 경찰 그리고 국세청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권력을 놓고 알몸으로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한편에서는 아직도 권력이 시스템에 우선한다는 생각을 가진 공무원들이 많다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어떤 권력도 합리적인 시스템에 우선할 수 없습니다. 요즘 박정희대통령의 향수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과연 그분들에게 70년대처럼 획일적인 통치모습을 보여준다면 과연 복종할까요? 이번 사건도 박정희식 권위주의 통치방식에 젖어 있는 기성세대에 의해 연출된 사기 사건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유전개발 의혹 사건은 경제적인 타당성이나 합리적인 의사결정보다는 힘 있는 사람의 이름으로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권력을 이용하여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개발 망령이 빚어낸 해프닝입니다.

여기에 개입된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법적인 책임이 있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권력의 힘에 굴종하여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관계자가 있다면 도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더 이상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기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공식적인 채널이 아닌 외부인사가 개입될 경우에는 그 내용을 의무적으로 관련기관에 보고하도록 하는 제도를 수립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외부인사의 개입이 합리적인 개입인지 부당한 개입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를 마련하여 권력형 비리를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합니다.

끝으로 이번 사건은 과거 정권에서 말로만 떠들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조사하여 죄가 있으면 처벌하겠다는 공언이 현실화되기를 기대합니다.

대통령이 권력을 놓았으니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누구든 권력을 이용하여 부당한 힘을 행사했다면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권력의 눈치를 살피느라 국고에 손실을 입힌 자가 있다면 그 역시 마땅히 처벌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는 권력을 빙자한 비리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검찰의 진실 규명을 위한 칼날은 예리할수록 좋습니다. 다시는 이 땅에서 시스템이 아닌 권력에 의한 정책으로 인한 낭비와 비리가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광재의원을 조사함에 있어 이번 사거에 무관한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그 사실을 국민들에게 밝히고 과도하게 수사를 진행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해야 할 것입니다.

강금원씨 사건처럼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경우는 없다는 식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모든 부분을 들추어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기소를 함으로써 자신들의 검찰의 체면을 세우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리고 권력의 실세라고 알려진 인사들의 경우 이번 사건을 교훈삼아 합리적이고 적법한 시스템에 의한 정책 참여가 아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정책결정에 관여하거나 이름이 악용되지 않도록 처신을 올바로 하여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검찰이 진실 규명을 위해 좀더 힘을 내기를 바라며, 이 사건이 마지막 권력형 비리수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여러분도 열심히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에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거나 평가를 하는 것은 좋지만 결과를 예단하여 무고한 사람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검찰을 압박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출처 : 37동기
글쓴이 : 송봉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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