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약은 없다.
요즘 개인적으로 취미삼아 읽고 있는 동의보감을 요약하여 지인들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요즘은 내경편의 오장육부에 대한 것을 보내고 있습니다. 동의보감에는 각 구문마다 맨 뒤에 단방 약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그 각각의 약재들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만병통치약은 없다.
모든 질병에는 원인이 있듯이 치료약도 각 질병에 따라 모두 다르다. 그렇습니다. 인삼, 부자와 같이 열을 내주는 약재가 있는가 하면 대황과 같이 열을 내리는 약도 있습니다. 보기제, 보혈제, 보음제, 보양제, 해표제 등등 나열할수록 읽는 분의 머리만 아파지는 그런 수많은 종류의 약들이 1800여종이나 열거되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간추린 것이랍니다. 우리가 잘 아는 헛개나무로 불리는 지구자도 동의보감에는 없습니다.
이 세상에 약이 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모두 각자의 쓰임새가 있는 것이지요. 어디에 좋다고 아무 것이나 먹으면 대부분은 약이 아니라 독약이 됩니다. 어제 어느 마트에 잠깐 쇼핑을 갔는데 한약재가 있는 코너에서 판매하는 분과 대화를 잠시 해 보았습니다. 솔직히 너무 모르고 계시더군요. 아무리 좋은 영지, 상황버섯도 체질이나 증상에 맞지 않으면 독약입니다.
한약을 드실 일이 있으시면 한의사나 한약사에게 반드시 자신의 몸에 맞는 약재를 추천받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괜히 돈쓰고 몸을 버리시지 말고요.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한약재들처럼 각자의 장점과 능력이 다릅니다. 인기가 많다고 반드시 훌륭한 것도 아니고,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조금 높은 자리에 있다고 거들먹거리는 사람도 있고 훌륭한 능력을 갖추었으면서도 낮은 곳으로만 임하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정치라는 것은 한의사들처럼 이러한 다양한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최선의 사회적 효과를 높이는 것입니다. 그런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약재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야 하듯이 인간에 대해 깊은 통찰력과 직관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 뭐 회장이 신입직원을 직접 뽑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아주 능력이 있는 인사도 중요하지만 조직체계에 맞지 않거나 내면이 부실한 사람을 잘 못 뽑을 경우 회사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뽑는 사람의 사람을 꿰뚫어 보는 안목이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그만큼 사람은 겉모습 보다는 내면이 중요합니다.
과거 우리 사회는 몇몇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다스려져 왔습니다. 개개인의 특성은 대부분 무시되었고 우리민족의 가장 큰 강점인 창조력과 독창성은 묻히기 일쑤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은 뛰어난 자질과 위기 대처능력으로 지금까지 찬란한 문화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제 참여정부에 들어 개인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됨에 따라 우리 민족의 잠재된 능력이 활짝 만개를 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 배경이나 물려받은 유산으로 출세를 하거나 권력을 세습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기득권층들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단기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러한 신분의 세습은 앞으로 점점 어려워 질 것입니다.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단기적으로는 기득권층에 머물러 있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상류층은 진정한 능력을 갖춘 자들이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부의 축적을 통한 신분상승 경쟁구도 속에 발전되어 왔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창조력과 개인적인 능력을 개발하고 발휘함에 따라 상류층으로 진입하기 위한 경쟁을 통해 우리사회는 발전할 것입니다.
그러한 경쟁에는 분명한 원칙과 제도가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만병통치약과 같은 팔방미인이 아니라 특정한 분야에서 누구보다 월등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수 없이 발굴되고 활약을 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지도자는 과거처럼 카리스마를 갖춘 제왕적 인물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사람을 배치시킬 수 있고, 유능한 인물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열린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폭넓고 다양한 식견을 가지고 모든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큰 인물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발전은 몇몇 개인의 능력에 의해 주도될 수 없습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방식이나 다방면에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한다는 다재다능한 팔방미인이 주도하는 세상은 사회를 역동적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모든 한약재에 독성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단점은 있습니다. 그 단점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한의학의 처방이 한약재 각각의 특성을 조합하여 최선의 약효를 내어 병을 치료하는 것이라면, 지도자는 국민 개개인의 능력을 묶어 국가와 민족의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자기 스스로 만병통치약이 되려 하기 보다는 훌륭한 한의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갈망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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