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기타

한글날

별꽃바람 2007. 10. 9. 09:35

한글날

  도바세 바람에 실려님 글 펌

 

여러분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며 궁금해 하던 친구들과 한잔을 하고

귀가를 하여 TV를 켜니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가 방송되고 있더군요.

능숙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여성과 어눌하지만 자기표현만큼은

제대로 하는 출연자들의 한국생활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으니

아…….그들의 눈에 한국은 이렇게 비쳐지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 오늘은 10월9일.

매년 10월 9일이면 한글날 기념식을 거행합니다.


그러면 한글날은 언제부터 경축하기 시작하였을까?

한글날 기념식을 처음으로 거행한 것은 1926년입니다.

이 해는 1446년 한글이 반포된 이후 8회갑(480돌)이 되는 해였다고 합니다.

기념식은 조선어연구회(현 한글학회)와 신민사의 공동 주최로

식도원(食道園)이라는 요릿집에서 거행하였는데 수백 명이 참석하여 당시로서는 성대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1926년에 기념식을 거행한 날은 10월 9일이 아니라 11월 4일이었다고 합니다.

이 날이 음력으로 9월 29일이었기 때문에

음력 9월에 『훈민정음』을 책자로 완성했다는 실록의 기록에 근거하여

9월 29일을 반포한 날로 보고 기념식을 거행한 것입니다.

기념식을 거행하는 중에 이 날을 부를 명칭이 있어야 하겠다는 의논이 나왔고

‘가갸날’로 하기로 결정하였는데.

당시에 한글을 배울 때 ‘가갸거겨’ 하면서 배웠기 때문에 ‘가갸날’이라고 한 것이랍니다.

당시는 아직 ‘한글’이라는 용어가 널리 퍼지기 전이었으며.

이후 여러 해 동안 신문 지상 등에서는 ‘가갸날’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는데,

차차 ‘한글날’로 부르게 되면서 ‘한글날’로 굳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양력으로 날짜 환산

이처럼 음력 9월 29일에 기념식을 거행했기 때문에 매년 기념식을 거행하는 날이 바뀌었었습니다.

1931년에 들어 와서 모든 생활이 양력을 중심으로 삼는 데 비해

한글날은 음력으로 지내는 것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1446년 음력 9월 29일이 양력으로는 어느 날에 해당하는가를 계산하게 되었으며.

이렇게 하여 나온 날이 10월 29일입니다.

양력으로 지내기 시작한 해는 1931~1932년 무렵이었는데.

조선어학회 회원이었던 이희승과 이극로의 기록에 따르면 1932년부터 양력으로 지냈다고 하는데,

양력 계산 방법은 이미 1931년에 신문 기사로 소개되었고

또 1931년부터 양력으로 지내기로 했다는 신문 기사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글날의 양력 계산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져,

전문가와 전문 기관에 문의한 결과 양력 계산은 맞지만

그레고리력으로 계산하는 게 좋겠다는 일치된 의견이 나왔습니다.

율리우스력에 따르면 10월 29일이지만,

양력은 1582년 이후 그레고리력으로 바뀌었으므로

양력 계산을 그레고리력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고.

그렇게 해서 나온 날짜가 10월 28일이랍니다.

그래서 1934년부터는 10월 28일에 한글날 기념식을 거행하게 되었습니다.

이극로의 기록에 따르면 1937년 중일 전쟁이 일어난 이후로는 기념식을 거행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1942년에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기념식을 주관할 사람들이 모두 감옥에 잡혀가기도 했습니다.


1945년부터 10월 9일에 거행

10월 9일에 공개적으로 기념식을 거행하게 된 것은 일제 강점기 이후인 1945년부터입니다.

한글날이 10월 9일로 된 것은 1940년 7월에 발견된

『훈민정음』(해례본)에 나오는 기록에 의한 거라고 합니다.

이 책에 실린 정인지의 서문에 9월 상한(上澣)이라는 기록이 나오는데

이 기록에 따라 9월 상한, 즉 상순(上旬)에 반포된 것으로 보고

9월 상한의 마지막 날인 9월 10일을 양력으로 다시 계산한 것입니다.

공휴일로 지정된 것도 이 무렵인데, 1991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습니다.


해마다 10월이 되면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도 나름대로 분주해집니다.

한글날을 맞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경시대회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백일장, 말하기대회, 경필대회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말을 배우려고 열심히 노력하는데

공중파에 나오는 연예인이나 방송인들은 한글 죽이기에 열심입니다.


얼마 전 전라도 방언의 말맛을 살린

‘눈 오는 날 싸박싸박 비 오는 날 장감장감’(김규남)이라는 책을 보면서,

우리말 표현의 깊은 맛을 절감했습니다.

그것 아니면 안 되는 우리말을 지키고 살려내는 일은 너무나 소중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말을 살려내기는커녕 지켜내기에도 힘에 부칩니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양을 본뜬 이름 ‘살사리꽃’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으면,

‘코스모스’의 잘못이라고 나오는 것은 어찌된 일인지….

우리말 ‘수수꽃다리’ 또는 ‘조선정향’으로 부르던 나무가

미군정 때에 미국으로 가서 개량되어 ‘미스킴 라일락’이라는 이름으로 역수입되기도 하고.

이제는 외래종이 들어와도 우리말로 고칠 생각 따위는 아예 하지 않습니다.

원래 달맞이꽃은 북아메리카에서,

분꽃은 남아메리카에서 들어온 대표적인 귀화식물인데,

우리가 다시 이름붙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데이지는 데이지고,

마가렛도 마가렛이며,

양귀비마저도 퍼피로 부르고 .

집집마다 있는 벤자민은 왜 우리말로 바꿀 수 없었을까.

우리의 위대한 빨리빨리 정신은

‘방카쉬랑스’가 우리말로 정착할 시간을 더 이상 내줄 수 없는 나머지 그대로 쓰이다가,

한참 뒤에나 국립국어원에서 ‘은행연계보험’으로 순화했으나..........

"은행연계보험" 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것은 서울이나 뉴욕이나 베이징이나 같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이 다른 것은 무엇인가.

나는 우리나라에서 월등히 다르다고 내놓을 만한 것 가운데 한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글을 처음 배우는 외국인들도 한 달 안에 한글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옵니다.

그만큼 한글이 과학적이고 편리합니다.

한국말도 어렵다고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어족이 다르거나 어순이 반대인 입장에서의 얘기이지.

원래 외국어는 다 어려운 것입니다..................

요즘 가장 시청률이 높다는 "무한도전" 이라는 프로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에 대해서 글을 올렸더니

수많은 돌멩이만 날아오는 이런 시절에..................

이 한글날이라도 존속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상식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Re:육각수란 무엇인가?  (0) 2008.07.13
한글이 위대한 글자인 이유  (0) 2007.10.09
[스크랩] 이런 삶을 사시게나  (0) 2007.08.21
[스크랩] 참다운 삶을위한  (0) 2007.08.21
마인드 해킹  (0) 2007.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