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서 희망을 보다(시험 감독을 다녀와서)
지금 학교에선 중간고사가 한창이다. 학부모로써 중간고사 시험 감독을 한 것이 이번으로 5번째가 된다. 오늘 2번째 시험 감독을 다녀왔다. 매번 학교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참 싱그럽다. 대부분 시험기간 임에도 밝고 명랑하고 예의 바르다. 시험기간이라 학부형이 온다고 사전에 주지 시켜서 그런지 모르지만 모두들 공손하게 인사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시험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한편으로 의욕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특히 1학기 중간고사는 아이들에겐 남다른 의미이다. 한 해 동안 자신의 성적을 가늠하는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학기 중간고사는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열심히 문제를 푸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것은 자체로 기쁨이다.
간혹 포기하는 학생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지만 1학기 중간고사에서는 그런 아이들이 적다. 특히 내가 입실한 교실은 여학생 반이고 1, 2학년이 섞여 있어 더욱 진지하게 시험을 치렀다. 감독을 하는 내내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으나 아무래도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애들에게는 부담이었으리라.
내가 다니던 시절과 달리 객관식 문제는 OMR 카드에 적고 주관식 문제는 별도 답안지에 적다 보니 종이가 많아 불편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선 없이 문제를 잘 푸는 학생들이 대견하다. 오늘은 여유가 좀 있어 애들 사물함을 볼 기회가 있었다. 각자의 이름이 적힌 사물함 전면에는 각종 격문이 붙어 있다.
노골(?)적인 것에서 철학적인 것까지 다양하다. 격문을 읽는 재미만으로도 시험 감독은 할 만한 경험이다. 오늘 본 몇 가지를 옮겨보면 이렇다.
“Nothing Impassible"
"노력한 만큼 돌려준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바보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가장 뛰어난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다.”
“봄에 만일 失時를 하면 終年 일이 낭패된다.”-농가월령가
“착하게 살자.”
“바쁜 여자가 되자.”
“대학의 문은 좁지만 열심히 공부한 나는 더 날씬하다.”(약간 변형)
“나는 대단한 여자가 될 것이고 대단한 남자를 선택할 것이다.”
기타 여러 격문들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공부를 함으로써 얻어지는 득과 실은 적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 잃는 것 중에 운동이 부족해서 살이 찐다는 표현이 있었다. 공부를 하려면 운동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상식은 그것이 아니다. 공부를 잘하려면 뇌가 잘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공부보다 운동을 자주 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미국의 유명 고등학교에서 실험한 결과도 있다. 우리 뇌가 차지하는 영역 중에 손과 발 그리고 입이 가장 많은 영역을 차지한다. 따라서 뇌가 원활하게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손과 발 그리고 입을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얼마 전 뇌호흡이 유행했는데 거기의 중요 포인트도 바로 손과 발의 운동이다.
한의학에서는 중지를 지식의 통로라고 하고 중지 끝을 지압하면 뇌 활동이 왕성해 진다고 한다. 하여간 공부를 잘하기 위해 운동을 줄이는 것은 사상누각을 쌓는 것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이런 점을 아이들에게 주지 시켰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이다. 모든 것을 얻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아이들을 만나고 오니 착하고 싱그럽고 밝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꿈을 펼칠 세상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충분한 보답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 주는 것은 우리 성인들의 의무다. 공부 성적과 관계없이 자신의 타고난 능력을 발휘하며 모두가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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