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봉사 부스 설치를 마치고 늦게 귀가하여 아내 눈치를 보며 잠들다 보니 아침에 조금 늦잠을 잤네요. 핸드폰 알람을 맞추어 놓았는데 진동이라 못들은 모양이었습니다.
대충 챙겨 입고 봉사 장소로 달려갔습니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9시 40분인데 개막식 관계로 진료 시간이 11시부터라 차질은 없었습니다. 도착해서 몇 가지 주변정리하고 있는데 작년에 오셨던 분들이 알아보고 인사를 하더군요.
반가웠습니다. 멀리에 사는 친척, 형제까지 연락해서 오셨다고 하시는 분도 몇 분 있더군요. 일부러 찾아온다는 것은 그만큼 작년에 효과를 보셨다는 것이라 보람이 컸습니다.
카리스마가 넘치시는 봉사대장님의 진두지휘로 11명이 각자 역할을 분담하였습니다. 한의사 두 분은 진료를 하고, 한의대생 4분은 예진과 발침, 대중봉사자들은 접수와 약재를 담당했습니다.
휴일을 이용하여 지원 나오신 김창식한의사님과 박영단한의사님의 침 인심이 넘쳐서 많은 분들이 흡족해 하시더군요. 늘 명랑하고 낙천적이신 김영견선생님과 자상하신 혜성 윤서영님, 그리고 멀리 천안에서 지원오신 유현숙님은 접수와 예진을 맡아 깔끔하게 잘 진행해 주셨습니다. 예진조와 발침조는 제가 시간이 없어 살필 기회가 없었네요.
저는 약재를 맡았는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여유있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김창식한의사님의 한의원 실장님이신 이은경님의 차분한 음양탕 설명과 주변 정리 덕분에 약재 측은 하루 종일 원활하고 활기 있게 돌아갔습니다.
혼자 약재를 맡다 보니 시간이 없어 주변 구경은커녕 하루종이 화장실 한 번 못 갔네요.^.^ 접수나 예진을 하시는 곳에도 비디오 문제를 해결하러 간 것 빼고는 가보지 못해 상황을 잘 모르고 지났네요. 점심은 빵 세 조각으로 때웠는데 두 분 한의사님은 아예 정심을 못 드시더군요. 어제 접수인원은 260명에 가까웠는데 실 진료 인원은 208명이었습니다.
내래인들이 몰려들어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고, 많은 분들이 진료를 포기가 하고 돌아가시는데 어찌 식사를 할 수 있냐면서요.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6시 넘게 쉬지도 못하고 진료하시는 모습에서 심의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김홍경선생님께서 제자들에게 봉사를 강조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꼭 진료를 받고 가시려는 분들이 마감시간 이후에도 몰렸습니다. 때문에 행사장 진행요원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마감 2시간이 지나서야 진료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봉사를 끝내고 바쁘신 일정 때문에 먼저 가신 김영견님과 유현숙님, 이은경님을 제외하고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진료회의를 하는 동안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특히 임상사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29차 학생들의 명석함에 놀랐습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콧물과 관련한 차트 찾기, 58세, 70세 자매의 이야기, 92세 할아버지, 저승사자와 매일 싸운다는 할아버지 이야기 등 현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함께 한 것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김홍경선생님은 제천에서 특강을 끝내시고 학생들과 탁구 내기를 하셨답니다. 십여만원을 따셔서 맥주를 드신다고 하시면서 우리에게도 2차를 권하셨는데 다음날 봉사를 생각해서 그냥 헤어졌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비로 후배를 길러 내시고, 엄청남 봉사 비용을 혼자 감당하시면서도 어린애처럼 장난스럽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서 존경심이 절로 납니다. 늘 깨어 있음을 강조하시는데 공부가 부족한 저로써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경지인 것 같습니다.
즐거운 대화의 시간을 끝내고 귀가하니 12시가 되었더군요. 다행히 봉사 때문에 늦은 것을 감안하여 가볍게 바가지를 긁히고 행복하게 잠들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봉사를 하고 계실 분들을 생각하니 행복합니다.
나의 작은 손길과 말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진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겠지요. 내일과 모래는 봉사에 동참해서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생각입니다.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월 13일 한의학박람회 봉사 후기 (0) | 2009.09.14 |
---|---|
9월 12일 한의학박람회 봉사 후기 (0) | 2009.09.12 |
요즘 보는 책들과 생각 (0) | 2009.09.09 |
마음공부 (0) | 2009.09.04 |
불씨잡변에 대한 저의 생각과 관련 자료 (0) | 2009.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