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한약과 중금속 오염
요즘 먹는 음식에 중금속 시비가 많다. 이와 아울러 한약 재배에도 농약과 살충제를 사용하니 중금속이 오염되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물론 그럴 것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첫째, 함량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전반적인 통계가 나와 있지 않고 산지별로 편차가 심해서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상식적으로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곡류나 과일의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야생 약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재배약재도 뿌리를 약으로 쓰는 것이 많아서 과일처럼 벌레가 조금이라도 먹으면 상품가치가 떨어지거나 하는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섭취량이 적다는 것이다. 한약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도 복용량이 하루 평균 150g 내외인 걸 생각하면 우리 식품의 섭취량은 여기에 비할 바 아니다.
세째, 한약을 달인 뒤 짜서 섬유질은 버리고 먹는데 대부분의 중금속이 이 섬유질에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으로 걸러서 먹는 셈이 된다.
네째, 한약이 오히려 중금속 배설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네 사람의 카드뮴중독자(두사람은 납중독을 겸했음)에게 한약을 1-2년간 장기간 복용하게 하여 통증이 경감되고 전반적 체력이 개선되어 새로운 직장에 복귀한 사례가 있다. 처음 그분들을 보았을 때는 직장은커녕 일상 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이상구 박사가 제시한 예처럼 채식만 한 개가 육식만 한 개보다 농약 치사량이 훨씬 높더라는 것도 참고가 될 것이다. 우리 생명활동력이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 당장은 조직에 침착된 중금속을 배설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를 견뎌내고 배설 속도도 증대시키는 데에 한약이 작용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한살림 공동체 회원집에서 저공해 과일을 받아 먹고 있는데 어느 날 옆집 아주머니가 싱싱한 사과를 나눠먹자고 가져왔다. 아이가 하는 말 ‘아주머니, 그거 무공해 아니죠? 우리집은 무공해 것만 먹는데요.’ 이쯤 되면 보통 일이 아니다.
환경오염의 문제에 관심이 높아져가는 것은 좋은 일이나 미래를 내다보고 의연하게 대처해야지 당장 큰일이 날듯이 침소봉대하든지 부화뇌동하여 불신감을 조장하고 심약한 사람으로 하여금 겁을 집어먹게 한다든지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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