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련

감기

별꽃바람 2010. 7. 17. 14:47

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감기

 

감기를 일으키는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를 한의학, 동양학에서는 미진(微塵)이라 불러왔다. 요즘의 미생물이란 말과 마찬가지다. 이 미진은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엄연한 생명체이며 나쁜 영향을 미치는 병원균만 있는 게 아니라 지구상의 동식물에 무한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들도 많이 있다. 실제 우리 입안과 목, 피부와 내장에 무수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과 세균들이 살고 있으면서도 평소에는 병을 일으키기는커녕 오히려 우리의 생명활동을 도우고 있다.

감기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은 서양의학에서는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아서 소위 감기약이란 것은 기침, 가래, 열, 몸이 쑤시는 증상을 완화시키려는 대증요법으로서 감기 자체 치료는 아니라고 한다. 그러다가 감기가 오래 끌면서 합병증으로 이차감염의 우려가 있을 때는 항생제 등으로 치료하는 걸로 되어 있다.

한의학에서 감기를 다스리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쓴다.

하나는 도둑을 쫓아내는 방법이다. 찬 바람을 쐬든지 비 맞고 옷이 젖어 으쓱 한기가 들든지 해서 흔히 감기가 걸리듯이, 우리 따뜻한 체온이 식어지는 일이 있게 되면 우리 몸은 체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열을 내게 되고 바깥의 찬 것과 몸이 내는 열로 인하여 몸에 습기가 차게 된다. 그런데 미생물은 습기에 잘 산다. 장마철에 곰팡이 잘 피듯 각종 미진은 습기에 번식을 잘 한다. 그러므로 감기에 걸리는 것이다. 그러면 장마철에 굽굽한 방에 불 때면 습기가 없어지듯이 우리는 따뜻한 방에 이불을 덮고 땀을 내서 발산(발한)을 해 왔던 것이다. 땀을 내면 습기가 풀린다. 그러면 미생물이 번식할 체내의 환경이 없어져 버리니 자연 미생물이 박멸된다. 발산작용을 도와주는 약은 종류가 많다.

둘째는 주인을 도우는 방법이다. 실제로 저항력이 왕성한 사람은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감기에 잘 걸리지도 않고 혹 걸렸다 해도 아무런 치료 없이도 그냥 단시간에 낫고 마는 것은 감기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을 우리 몸이 만들 수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연약한 어린이나 허약한 사람들은 감기 하나에도 매우 애를 먹는다. 이 때는 발산은 좀 적게 하고 미삼(인삼의 잔뿌리), 생강 계피 등등 몸을 데우면서 활동력을 거들어주는 약을 써서 주인이 도둑을 물리치는 것을 조력하는 방법을 쓴다.

이 이외에도 그때 그때 유행공기에 따라 균도 다르고 증상도 다르고 쓰는 약도 다르며 사람 체격이 뚱뚱한지 수척한지 고민이 많은지 비교적 안정되어 있는지에 따라서도 약의 선택이 달라지므로 이런 걸 감안해서 치료하면 전혀 부작용없이 바이러스와 세균을 다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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