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건조한 가을 피부
야외에 나가 보면 어디서나 늦가을의 풍경이다. 온갖 식물이 봄여름에 위로 무럭무럭 클 때 뿌리는 말없이 양보하였다. 이제 가을 겨울에는 잎이 뿌리와 열매에 양보할 차례라 역시 말없이 색색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흩뿌려진다. 자연의 조화 속에 우리 사람도 예외가 아니어서 피부가 가을을 제일 잘 탄다. 식물의 잎처럼 피부의 기운이 차츰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바깥으로 차고 건조한 가을 공기를 직접 느끼는 곳 또한 피부이다.
그래서 가을만 되면 건조해지는 피부 때문에 성가심을 많이 겪는다. 얼굴이 버짐같이 희끗희끗해지는 아이들, 가려움증이 심해지는 어른들, 심지어 자고 일어나면 잠자리에 비듬같은 가루가 풀풀 날리는 노인들도 있다.
우리가 건강하다면 사계절에 잘 적응하기만 할 뿐 불편함이 없다. 그래서 얼핏 보기엔 건조해지는 것이니 윤택하게 하는 영양을 돋우면 될 것 같이 생각할 수도 있다. 각종 피부 영양크림이 그것이고 우리 먹는 식품 또한 영양이며, 한약으로 말하면 호마자(검정참깨), 구기자, 생지황, 당귀, 녹용 등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피부 건조증은 자료나 영양만 말할 게 아니라 우리 생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생기가 부족하면 암만 자료가 풍성히 들어오고 체내에 많이 있어도 건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체중이 충분한데도 발뒤꿈치가 갈라지는 주부가 흔한 걸 생각해보자.
생기부족이란 자료와 영양을 주물러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으로 만들고 이것을 피부까지 촉촉히 적셔주는 기능을 발휘하는 그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의 따뜻한 체온이 곧 생기이니, 우리 몸이 부분부분 식어질 때 이런 생기부족과 건조한 현상이 가장 잘 일어난다. 그러므로 요즘 수영을 했더니 피부가 더 건조해지더라 하는 것은 여름도 아니고 늦가을의 물이니 이 온도에 우리 피부가 못 이겨내면 그리 되는 것이다.
이렇게 찬 물이나 찬 공기를 자주 접촉해도 피부가 식어지고 모세혈관이 움츠러들어 영양공급이 잘 안 될 것이고, 신경이 예민해도 쉽게 피로가 와서 몸이 식으면서 그리 될 것이고, 소화력이 약해도 몸이 추위를 못 이길 것이다.
이런 걸 감안해서 언제나 영양이 우선이 아니라 이제 먹는 음식은 충분한 세상이니 이 음식을 잘 주물러서 피부까지 공급하는 그 기운을 어떻게 살려낼까가 우선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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