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尙賢 使民不爭
불상현 사민불쟁
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불귀난득지화 사민불위도
不見可欲 使民心不亂
불견가욕 사민심불란
是以聖人之治, 虛其心實其腹 弱其志强其骨
시이성인지치, 허기심실기복 약기지강기골
常使民無知無欲
상사민무지무욕
使夫知者不敢爲也
사부지자불감위야
爲無爲 則無不治
위무위 칙무불치
전제 : 이하는 모두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의 덕성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주어는 모두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입니다.
해설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가 특정한 사상이나 이념, 또는 종교를 숭상하지 않으면, 백성들 간에 파벌로 인한 다툼이 없게 되오. 지도자가 구하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백성들도 물욕 때문에 도둑질하는 일이 없다. 지도자가 무리하게 큰일을 하려는 욕심을 보이지 않으면, 백성들은 마음이 불안하지 않을 것이오.
그러므로 성인의 다스림은, 마음을 비워서 무리한 일을 하지 않으므로, 나라의 경제를 풍요롭게 하고, 전쟁 등 큰일을 뜻을 자제하여 국가를 강하게 만든다. 이렇게 나라를 다스리면 언제나 백성들은 욕심도 없고, 알고자 하는 것도 없는 천진한 상태가 된다.
그렇게 되면 좀 안다는 지식인들이 감히 함부로 나서서 엉뚱한 수작을 부리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이 다스리면 다스리지 못할 것은 없다.
설명
이 장은 정치지도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나라를 다스려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문 실력이 전혀 없는 수준이라 오역이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리면서 제 나름의 설명을 해 볼까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순진한 백성들을 홀리는 최고의 수단은 이념이나 사상 또는 종교를 내세우는 것입니다. 모든 종교나 이념은 정치체제를 정당화 하는 도구로 사용됨에 따라 변질되어 왔습니다. 도덕경도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되는 중국에서 금서본과 곽점본이라는 과거의 원본이 잇따라 발견됨에 따라 정치적 목적으로 변질된 부분이 드러났습니다.
먼저 不尙賢 使民不爭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현재 번성하는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등은 그 측면이 더욱 강하죠. 이처럼 특정 종교나 이념을 정치에 이용하게 되면 정치체제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백성들은 파벌이 생기고 분란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현대의 종교분쟁, 테러, 정치적인 이념논쟁 등이 대표적인 경우죠. 우리의 경우 낡아빠진 색깔론이 대표적인 측면입니다.
두 번째 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에 대한 부분입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의식주입니다. 그런데 좀 먹고 살만해지고 권력이 생기면 남들이 갖지 않은 진귀한 물건을 탐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진귀한 물건은 제작하는데 많은 노동력과 많은 노력이 들어갑니다. 그러다 보면 서민들에게 꼭 필요한 의식주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이 부족하여 국민의 삶이 피폐해 지게 마련입니다.
또한 귀한 물건은 가격이 비싸고, 못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인 빈곤감에 시달리게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면 의식주 해결이 어려운 빈민과 정상적인 방법으로 귀중품을 얻을 수 없는 사람들이 도둑질을 하는 경향이 생기게 마련이지요.
최근 세계화, 자유무역주의 확대 등의 과정에서 부의 집중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비만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늘고, 후진국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는 비극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의 불균형으로 못가진 자들의 불만이 극대화되어 테러가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이 도덕경의 이 구절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줄은 不見可欲 使民心不亂입니다. 지도자가 무리하게 이루기 어려운 일을 하려는 욕심을 보여주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죠. 예로부터 무리한 토목사업, 정벌전쟁, 화려한 건설 사업은 나라 패망의 지름길이었습니다.
위 세줄은 지도자가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리고 다음 줄에 그렇게 나라를 다스리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도자가 쓸데없는 일을 하려는 마음을 비우고 경제에 전념하면 나라가 풍요롭게 되고, 큰일을 도모하려 하지 않고 국력을 쌓으면 튼튼한 나라가 된다. 지도자가 겉으로 드러나는 실적에 집착하지 않고 순리대로 합리적으로 나라를 다스리면 부국강병은 자연스럽게 달성된다.
지자체장, 국회의원, 대통령까지 당선만 되면 내세울 실적을 위해 무리한 사업을 함으로써 재정을 파탄시키고 결과적으로 국력을 소모하는 일들을 보면서 이 구절의 뜻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어지는 두 줄은 이렇게 정치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먼저 常使民無知無欲라 했습니다. 나라가 평온하고 부유해지면 백성들은 정치가 필요 없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 백성들은 늘 욕심도 없고 뭘 알려고 하는 생각도 없는 순진무구한 상태가 됩니다. 두메산골 시골마을에 가면 사람들이 꼭 이렇게 살아갑니다. 세상과 교통을 하지 않는 사람들일수록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을 보면서, 과연 문명이 인간의 행복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 다음 줄이 재미있습니다. 즉 使夫知者不敢爲也라는 구절입니다. 지도자가 위에 설명한 것처럼 다스려서 백성들이 순진무구하게 되면, 좀 안다는 지식인들이 감히 나서서 권모술수을 부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백성들이 욕심도 없고 순수하고 평화롭게 산다면, 잘살게 해 주겠다던가 반공이니 친공이니 하는 말로 국민을 현혹시킬 수 없다는 의미죠.
예나 지금이나 좀 배웠다는 인간들일수록 감언이설로 국민을 현혹하곤 합니다. 신문에 실린 칼럼들을 보면 구역질 날 정도로 뻔한 거짓말이 난무합니다. 배웠다는 지식인들 중에는 국민을 현혹하고 곡학아세를 처세술로 생각하는 지식사기꾼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속아 넘어가는 것은 나라의 지도자들이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정치를 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현실적으로 도가 무너지고 극단적인 자본주의가 만연한 탓이지요. 문제는 현대 사회가 과거 농경사회보다 훨씬 불행하다는 것이죠.
다들 아시다시피 부귀영화, 권력이 있다고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는데 상대적 빈곤감에 시달리고, 각종 열등감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것은 인문학교육의 부재 탓입니다. 기술, 과학, 자본의 축적을 위한 공부만 할 것이 아니라, 인성교육을 위해 논어, 공자나 도덕경 같은 책도 공부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 줄은 위와 같이 의도를 갖지 않고 무위적으로 나라를 다스리면, 못 다스릴 것이 없다. 즉, 지도자가 인위적으로 뭘 하려고 하지 말고 순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다스린다면 정치는 저절로 바로 선다는 것이죠.
이 장은 정치를 하려는 모든 사람들이 꼭 읽고 또 읽어서 실천해야 하는 내용입니다. 반대로 유권자는 위에 말한 것처럼 민생은 뒷전이고 업적이나 사리사욕만 채우려는 정치인은 절대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힘없는 백성이 갖고 있는 유일한 무기는 투표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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