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이주향의 나를 만나는 시간을 읽고

별꽃바람 2017. 2. 14. 11:58


가벼운 책이다. 무게도 가볍고 내용도 가볍다. 하지만 내 마음의 호들갑스러움을 일깨워 주기에는 충분한 무게다. 아주 작은 변화에도 크게 요동치는 깃털보다 가벼운 내 마음의 움직임을 알게 해 준 책이다. 철학자답게, 아니 교수 답게 많은 책을 읽었다는 느끼게 한다. 매 단원이 책의 내용에 비추어 설명되어지고 있다. 


기억력이 나빠서 책을 읽어도 되새기지 못하는 내 입장에서는 매우 부러운 부분이다. 어쩌면 책을 쓰기 위해, 아니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책을 뒤적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든 한 권의 책을 읽었는데 여러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은 기분이다.


저자는 책에서 자신의 이야기도 조금 써 놓았지만 대부분이 책을 읽고 느낀 부분을 정리한 것이다. 나도 읽었던 '손오공',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경', '논어' 등등 동서양의 고전을 망라한다. 물론 다양한 영화속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책은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방법에 대해 답을 주려는 의도로 쓰여졌다고 프롤로그에 밝혔다.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희망해도 되는가'라는 큰 단락으로 나뉘어 접근한다. 먼저 나를 만든 우주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다. 138억년의 우주 나이에서 무수한 별의 장엄한 소멸로 인해 발생한 우주 먼지로 이루어진 나다. 티끌보다 보잘 것 없는 나를 우주 전체의 중심이라 생각하고 사는 것이 인간이다. 그렇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우주의 티끌일 수 도 있고, 우주의 중심일 수도 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살기 위해 태어났다'는 단락에서 저자는 공자의 이야기를 꺼낸다.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라고 말이다. 소단원과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 전개다. 하긴 저자가 인용한 탈레스의 명언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고,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남에게 충고하는 일이다.'라는 말처럼 내가 저자의 의견을 지적할 수준이 안 된다. ^.^


다양한 많은 삶들이 있지만 자신을 알고 사는 삶은 많지 않다. 더구나 진아의 존재를 생각하고 사는 사람도 드물다. 희말라야에서, 인도에서, 그랜드캐니언에서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다시 생각한다. 대자연의 경이 앞에 자신의 초라함을 인식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앉은 자리에서 10분만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해 보면 그보다 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저자가 초발심자경문을 인용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

"3일 동안 마음을 닦는 것은 천 년의 보배요.

백 년 동안 탐한 재물은 하루아침에 티끌이다."


우리는 백년도 살지 못하면서 매 순간 재물을 탐하며 사는 것은 아닌지? 내일 죽을지도 모르면서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을 부리고 살고 있다. 나 역시도. 죽음을 잠처럼 받아 들일 수 있는 삶이라면 진정한 나로 사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렇게 못하는 것이 소인배의 삶이다. 백거이가 말한 것처럼 아무리 험준한 산길이라도 마음길 만큼 굴골이 지지 않았다는 것을 요즘 실감한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주가 변동 소식에 마음이 천길낭떠러지로 떨어진다. 공부가 부족한 소인배의 전형이다.ㅠㅠ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어제 '천 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시를 이 책에서 읽고 유튜브를 검색해서 관련 노래를 들으며 원 없이 눈물을 쏟았다. 

언젠가 나도 바람이 되어 세상을 관조할 날이 올터인데 오늘은 이 자리에서 주가 움직임에 일희 일비하고 있다.

참 마음이라는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음을 절감한다.


저자가 그토록 삶과 죽음, 삶의 의미과 희망에 대해 충고를 했음에도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결코 책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 마음 공부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