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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봉시인의 첫 마음

별꽃바람 2017. 4. 3. 10:37

첫 마음


                   정채봉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 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 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우연히 공부를 하다고 읽은 시입니다.

이제 기성세대가 되어 첫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가물가물한 때 묻은 마음으로 읽어 보며 반성합니다.

나에게도 티 없이 맑은 영혼이 저 깊은 어디엔가 있을텐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