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뿌린대로 거둔다

별꽃바람 2006. 2. 2. 14:22
 

뿌린대로 거둔다

경찰, 소방관, 검찰, 공무원


오늘 신문을 보니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책을 냈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책 제목이 “험블리스 오블리주, 경찰의 길을 묻다”란다. 그는 경찰의 위상을 험블리스 오블리주(Humblesse Oblige)라고 표현했다.


험한 일과 고된 의무를 강요당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매를 맞아야 하는 존재라고도 말했다. 한마디로 의무는 많고 대우는 소홀하다는 이야기다.


최경찰청장이 재임시절 경찰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어제 오늘 형성된 것이 아니다.


길게는 일제 식민지 시대의 순사의 이미지, 독재 권력에 아부하고 기생하던 공안경찰, 그리고 민주화 된 이후에도 소위 짭새라 불리면서 서민들이 호주머니를 갈취하던 교통경찰의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된 것이다.


장기적으로 형성된 이미지를 한순간에 바꾸려는 것은 그 자체가 난센스이다. 불교의 업의 개념을 도입할 필요도 없이 자신들의 이미지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최근 경찰이 많이 변한 것을 느낀다. 어떤 면에서는 과거와 달리 무기력하고 정당한 권한의 행사마저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을 자주 본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선 경찰들은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재 그런 모습들이 국민들 마음속에 자리를 잡으면 머지않아 경찰의 이미지는 그들이 홍보하는 대로 민중의 지팡이요. 국민들의 친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최근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적극적으로 전후좌우를 둘러보고 최대한 비켜주려고 노력을 한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불편한 기색 없이 최대한 119 구급차에 자리를 양보한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조직의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는다.


과거 소방관들도 부패한 집단의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80년대 초 소방 검열을 하는 권한을 가졌다는 위세를 이용하여 유흥가에서 접대를 받는 친구와 동행했던 기억이 있다.


단순히 신분증을 보여 주었을 뿐인데 기분 상하지 않게 하려고 최선의 다해 서비스(?)를 하던 사장의 비굴한 얼굴이 기억에 생생하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소방관의 모습이 많이 변했다. 특히 119 긴급구난 서비스가 보편화 되면서 소방관에 대한 인식은 부패한 공무원에서 국민의 어려움을 적극적이고 빠르게 해결해 주는 천사로 바뀌었다.


경찰은 소방관에 대한 인식변화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근 수사권독립과 관련하여 국민들의 여론이 경찰 측을 지지하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경찰이 이미지 개선에 노력한 반면 검찰은 기득권 집단으로 군림한다는 이미지를 불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참여정부에 들어오면서 검사들에 대한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그동안 일반 국민과는 거리가 먼 높은 신 양반으로만 인식되던 검찰이 요즘은 싸가지 없는 인간들이라는 인식으로 바뀐 것은 자신들의 권한만 믿고 오만하게 굴었던 최근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일선 공무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탁상공론, 복지부동, 탐관오리로 대변되던 공무원의 이미지는 최근 완전히 바뀌고 있다. 봉사하는 공무원, 솔선수범하고 청렴하며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데 앞장서는 공무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분야에서 탐관오리의 근성을 버리지 못한 몰지각한 공무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부패방지 활동으로 많이 개선되고 있다. 아직 남은 비리의 잔재들은 내부자 고발제도의 활성화를 통해 하루 속히 척결해야 할 것이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은 모든 공무원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초근목피로 연명하더라도 더러운 돈은 절대 손대지 않았던 청렴결백했던 선비들의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


사소한 이익을 위해 정의를 저버리는 것은 자신의 파멸은 물론 공무원 조직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범죄이다. 그러한 사건들은 공무원 사회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켜 장기적으로 공무원 조직사회에 여러 가지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주변의 비리를 눈감아 줄 것이 아니다. 그러한 비리는 결국 나에게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방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기문 전 경찰청장은 현재 경찰의 처지를 ‘험블리스 오블리주’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과거 경찰 조직 내에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이 저지른 과오에 대한 응보이다. 경찰은 불만을 표출하기에 앞서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직의 이미지 개선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다른 공무원 조직들도 이러한 점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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