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초겨울 가장 추웠던 날.
1219 1주년을 기념하여 여의도 광장에서 기념식이 있었습니다.
당시 노빠 수준은 아니었던 저는 호기심 반 1년 전의 흥분 재연할 생각 반으로 갔었습니다.
사실 그날 날이 너무 추워서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도 했고요.
여의도에 도착하니 한쪽 구석에 천막으로 펜스를 치고 행사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한강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이 살을 에는 듯하여 대통령님이 오시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백여 명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고 경호원들이 입장하는 사람들을 검색했는데 대충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맨 앞줄에 앉으려고 했는데 지정석인 듯한 표시가 있더군요. 그래서 중앙의 셋째 줄에 가방을 놓고 너무 추워서 다시 나와 라면에 소주를 한 병 마셨습니다. 혼자 갔기 때문에 누가 놀아 줄 사람도 없고 해서 혼자 마시는데 참석한 분들이 다 친구처럼 대하더군요.
청와대 모임에서 만난 지인을 우연히 만나 둘이서 조금 더 마시고 행사장에 입장…….
다시 행사장에 들어가 추위를 참아가며 식전 행사를 관람했습니다.
술을 조금 마셨는데도 정말 춥더군요.
행사의 열기가 오를 무렵 함성이 울리고 대통령님이 입장하셨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당에서 오신 내빈과 인사를 하더니 행사장 중앙의 맨 앞줄에 앉았습니다. 플라스틱 의장에 수건 한 장 달랑 깔린 내가 앉은 의자와 똑 같은 의장에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 대통령님은 소음인이시라 추위에 약하신데 걱정이 되더군요. 행사는 계속 진행되고 40여분을 연신 콧물을 닦아내며 관람을 하시는 모습을 바로 뒤에서 보니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적당한 시기에 와서는 잠시 한마디 하고 돌아갔을 겁니다. 아니 그런 악조건이었으면 대개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행사가 진행되고 계획된 발언 순서가 되자 단상에 올라가서 하신 말씀이 저를 더욱 감동시켰습니다.
"우리나라 고위층에는 1급수가 거의 없습니다. 저도 진흙탕 속에 발을 들여 놓은 처지라 때가 많이 묻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지금부터 2급수를 1급수로, 3급수를 2급수로 정화시켜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시민혁명입니다."
스스로의 흠결을 들추어내면서까지 대한민국의 수준을 높이고자 호소했던 그 말씀이 지금도 귀에 남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세상을 정화시키는 시민혁명의 주역이 되어야 합니다."
그 말씀의 뜻을 이제야 알아듣는 국민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봉하마을을 찾는 국민들 중에 상당수는 그 말씀에 동의할 겁니다.
그때 찍은 동영상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봐라. 노무현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시민혁명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를 아느냐? 조중동문 프레임에 갇혀 내용은 확인도 하지 않고 비난에 동참했던 당신들이 저지른 일의 결과가 지금의 1% 내각을 만들었다. 지금이라도 시민혁명에 동참할 생각은 없느냐?"
그날 저는 노빠가 되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리고 아무 힘도 없지만 시민군이 되어 시민혁명에 동참했습니다. 더 많은 국민들이 오염된 사회지도층을 정화하는데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추운 여의도 광장에서 호소하셨던 '시민혁명'이 가능한 빨리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인포피아 매수를 추천하는 이유 (0) | 2008.03.06 |
---|---|
노짱님 얼굴을 보면 드는 생각 (0) | 2008.03.05 |
노건평씨의 골프채와 보수언론 (0) | 2008.02.22 |
내가 행복하게 사는 이유 (0) | 2008.02.18 |
여자나이 마흔 하고도 다섯(국화꽃향기) (0) | 2008.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