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련

한약 처방과 제조기

별꽃바람 2009. 10. 8. 16:55

서언 : 이 글을 적는 이유는 한약처방에 대한 설명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한약을 조제하는 절차가 생각보다 까다롭고 복잡하다는 것을 알리고, 병을 고치려면 침이나 한약보다는 마음을 고쳐 먹어야 한다는 것을 전하기 위함입니다.

 

전 한의사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한의학을 공부하지도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건강에 관심이 많고 흥미가 있어 공부하는 수준이죠. 뭐 아는 것도 없고 머리도 나빠 공부에 진전도 없습니다. 요즘 다양한 책들에 관심은 많은데 신경 쓸 일이 많아 시간을 못 내고 있습니다. 요즘은 특히 가을걷이 때문에 더 바쁩니다. 어제는 산에 가서 밤과 잣을 좀 주워왔습니다. 일년간 사용할 은행도 준비해야 하고요. 텃밭에 고구마, 늙은 호박 수확하고 배추 무도 길러 김장도 준비해야 합니다. ^.^

 

그럼에도 오지랖은 넓어서 주변에 몸이 좋지 않은 분들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 못합니다. 최근 아내의 친구가 심각한 상태라서 한약이라도 한재 드시라고 권했었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처방이 좋냐고 묻기에 몇 가지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저 보고 만들어 달라고 조르더군요.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주면 보따리 달라고 한다더니 꼭 그 꼴입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그러기로 했습니다. 아내에게 바가지 긁히는 것도 싫고 해서요. 본 적이 있고 아내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체질을 추정할 수 있더군요. 해서 나름대로 동의보감, 방약합편을 참조하여 처방을 찾았습니다. 그 처방에는 그분 체질에 부족함이 있어 몇 가지를 추가해서 한약을 구입했습니다. 한약가격이 요즘 많이 올랐더군요.

 

20가지에 가까운 한약을 구해 분류해 놓고 보니 한숨부터 나오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수치, 법제해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동변에 담가 초해야 하는 것에서 생강즙에 법제할 것 까지 다양합니다. 약재를 구분하고, 불량한 부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약재 법제에 쓸 꿀, 생강, 대추, 소금, 기타 필요한 것을 구했습니다.

 

꿀에 재고, 약재 볶고, 생강 까서 즙내어 약재 담그고, 동변이 없어 소금물에 담그고, 꿀물에 볶아 내고, 정리하느라 하루를 몽땅 할애 했습니다. 조금 전 약 달이는 집에 맡기고 왔습니다. 이제 약 찾아서 택배로 보내면 그만입니다. 한시름 놓았지요. 문제는 약을 먹고 나아야 하는데 효과는 별로 일 것 같습니다.

 

그분은 성격을 바꾸어야 하는데 그게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모든 병은 자기 자신이 만든 것이므로 자신만이 고칠 수 있습니다. 약이나 침은 스스로 할 수 없는 것을 보조해 주는 것일 뿐입니다. 보시 차원에서 약을 만들어 줄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마음이 무겁네요.

 

혹 오해하실 분이 있을 것 같아서 첨언합니다. 아내 친구라서 그냥 해 주는 것입니다. 처방이라고 하지만 그냥 책에 있는 대로 약재 골라 다루어서 주는 것뿐입니다. 가족 이외에는 절대 처방해 주지 않는데 어쩔 수 없이 해 준 것입니다.^.^

 

문제는 위에 쓴 것처럼 약효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말입니다.^.^ 처방한 약재 명이나 병명은 오해를 살까 두려워 적지 않았습니다. 물론 고수님들은 짐작하시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