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까치 조문

별꽃바람 2012. 11. 25. 21:01

어제 제가 근무하는 곳에서 까치가 감전으로 사망했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설비 고장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까치는 특별한 외상없이 다리부분에 전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죽은 까치가 고장 발생의 증거이기도 해서 사무실에 두고 퇴근했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을 해 보니 죽은 까치는 문 밖에 있는 자전거에 두었더군요. 정문에 자바라 문 리미트 스위치가 고장이 나서 까치를 바닥에 잠시 내려 놓고 자전거를 타고 정문으로 갔습니다.

 

잠시 후 까치 한마리가 날다가 죽은 까치를 발견한 모양이더군요. 멀리서 보니 한 마리 까치가 죽은 까치 위로 선회하면서 크게 울어댑니다. 잠시 후 여기저기에서 까치들이 모여들면서 엄청 시끄럽지 울어대더군요. 그러더니 일사불란하게 죽은 까치 주위로 착륙하더군요.

 

죽은 까치 둘레에 일정한 간격으로 50마리쯤의 까치들이 모여 앉아있고, 위로 5마리쯤의 까치가 선회하며 크게 울어댑니다. 멀리서 그 광경을 보고 있으니 정말 신기하고 숙연해지기까지 하였습니다. 1∼2분 동안 그런 상태로 있더니 일제히 날아올라 흩어졌습니다.

 

카메라를 갖고 있지 않아 촬영하지 않은 것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까치나 까마귀가 조문을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오늘 본 광경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몇 년 전 북한산에서 낙뢰로 여러 명이 목숨을 잃었던 날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사고가 나기 몇 시간 전 수십 마리의 까마귀들이 변전소 설비들 사이를 무섭게 선회하였습니다. 불길한 생각에 함께 근무하는 직원과 까마귀들이 떠날 때까지 지켜보았는데 결국 대형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하찮은 미물이라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오늘 까치들의 집단 조문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제가 할 일을 마치고 죽은 까치를 양지바른 곳에 곱게 묻어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자 그렇게 시끄럽던 까치들이 모두 제 갈 길로 갔는지 조용해졌습니다. 모든 생명을 귀중하게 여기고 보살펴야 되겠습니다. 비명에 간 까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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