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간염의 치료
박 재 현
(경산대학교 부속한방병원 제1내과)
만성간염은 대부분 급성간염을 오래동안 치료하여도 미유하여 발병한 것으로, 거사불리하여 습열사기가 완전히 청제되지 않고 정기가 허약하여 재발한 소치이다.
만성간염의 치료에 있어서 관유파선생은 오랫동안의 림상 경험을 토대로 아래의 사개조항을 제시하였다.
ꉭ 부정거사 조리기혈 : 급성간염은 사기성(습열성)이 위주이며 습열의 사기가 정기를 손상시킨 ‘인병이허’이고, 만성간염은 정기허가 위주이며 장부기혈의 기능실조와 개체의 저항력감퇴로 인하여 정불항사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습열이 재침한 이른바 ‘인허이병’이다.
습열이 유체하는 주요 병위는 간 비 신이다. 열은 양사로 간음을 쉽게 모상하며, 간신동원이므로 간음이 손상되면 필히 신음이 허손되고 신음이 구상하면 신양불족을 유발하게 된다. 한편 습은 음사로 쉽게 비양을 상한다. 간신음허하면 허화가 내생하며, 비양부진으로 내습이 불화하여 온열하면 허열과 습열이 상박하여 음혈을 손상시키므로 정기가 점쇠하게 된다.
장부기능과 기혈의 성쇠간에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비는 후천지본으로 기혈화생의 근원이며 비실건운하면 기혈량허에 이르고, 신은 장정하고 정은 기로 화할 수 있으며, 기는 혈로 화하여 간에 저장되므로 신허일구하면 역시 기혈부족을 유발시킨다. 혈허하면 행혈하지 못하여 혈류가 지연되므로 어혈을 형성하고, 어혈이 불거하면 신혈이 불생하여 상호 영향하게 되므로 기혈은 점차 손상된다. 따라서 만성간염의 치료는 마땅히 부정으로 거사할 것인 즉, 이는 인체의 정체관념에서 출발하여 간 비 신 삼장의 기능을 중시․조리하며, 동시에 조리기혈에도 주의하여야만 정기는 회복되고 사기는 청제되어 비로소 병안하게 될 것이다.
ꉮ 조리간비신 중주요당선 : 간 비 신을 조리함은 부정으로 기본을 치하는 것으로, 간 비 신 삼장은 상호 영향하고 비는 중주에 거하여 후천지본으로 기혈화생의 근원이 되며 또한 운습의 추유이 되는데, 이것이 간병으로 파급되는 주요한 위해가 된다. 장중경의 <금궤요략>에서는 “견간지병, 지간전비 당선실비”라 하였는데, 이는 치료에서 먼저 중주의 조리로 사기가 점감됨을 뜻하며, 습열의 여사가 신체에 머무를 수 없게 될 뿐만아니라 또한 습열화생의 근원이 없어지게 된다. 만약 습종한화하면 필히 건비조양, 온화한습하여 중주를 조리하여야 한다.
ꉯ 활혈화담, 화어연견 : 간병의 병인 가운데 담과 어혈의 생성에 대하여는 이미 소개하였는 바, 담과 어혈은 모두 병리산물인 동시에 치병인자로, 습담과 어혈이 간비에 응결하여 간비종대를 형성한다. 습담과 어혈의 교조는 간․비․신․기혈의 불화를 유발하고, 계속 악순환하여 병은 점차 깊어지고 정기는 더욱 허손되어 거사하지 못하게 되므로, 활혈화어의 법은 철저한 간병의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치법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자보간신음, 양혈유간의 치법을 통하여 연견소비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ꉰ 부정수해독 습열물잔류 : 만성간염은 실증에서 허증으로, 기분에서 혈분으로 전변하여 이른바 ‘인허이병’한 것으로, 치료에서는 기본적으로 부정을 강조되지만 사독미진, 습열미청의 일면을 절대 간과하여서는 안된다. 만성간염은 소화기질환으로 비위의 운화실조로 인하여 습열내생과 습열온독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고 있으므로 병정에 따라서는 거습해독의 약을 사용하여야 한다. 한편으로는 미진한 여사를 계속 청제하여, 다른 한편으로 신생하는 습열사독이 미약할 떄 비로소 한꺼번에 섬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청열해독지제는 모두 고한하여 과용하지 말아야만 정기를 상하지 않으며, 부정지품은 대부분 감온하여 장기간 복용하면 열이 다시 내온하므로 소량의 고한한 약을 배합하는 것에는 또한 반좌의 뜻이 있다.
만성간염은 병정이 길며 림상증상도 복잡하고 허실협잡하며, 만성활동성간염과 초기 간경변증은 정확하게 변별하기 어렵고, 더우기 한의학 단독의 병증으로는 개괄되기 어렵다. 현재의 한의학적인 변증류형은 변증의 기준이 다르고 명칭도 통일되지 않아서 파악하기 쉽지 않고 널리 보급되기도 어렵다. 만성간염은 개체의 차이, 병정의 경중, 단계의 불동, 병정간의 상호전화 등으로 인하여 간략하게 몇 개의 고정된 변증류형으로 귀납되기 어려워 한의학 특유의 변증시치의 특징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따라서 치료에서도 만족할 만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관유파선생은 원칙상 기계적으로 고정된 변증류형 및 처방과는 달리, 오랫동안의 림상경험을 통하여 마침내 십종의 변증류형으로 귀납시킨 ‘치간십법’을 제시하였다.
십종의 변증류형은 그 증후가 단독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겸협하여 나타날 수도 있으며, 전후교착 혹은 상호전화하기도 한다. 이렇게 복잡한 림상증상을 한의학의 기본이론에 근거하여 질병의 각 단계에 있어서의 모순을 찾아내고 시치방안을 확정하면, 그 원칙을 알 수 있고 또한 일정한 신속성도 가질 수 있다. 십종의 변증류형중 기허혈체와 담어호결의 이종 류형은 관유파선생의 림상 경험으로 얻어진 독창적인 리해이다.
십종의 변증류형과 치간십법을 아래에 소개한다.
ꉭ 간담습열증 : 습열의 사기가 간담에 울체한 것으로 청리(간담)습열의 치법을 사용한다. 기본 약물에는 인진 포공영 백모근 초하거 적작약 목단피 차전자 육일산 곽향 등이 있다.
ꉮ 간위불화증 : 간기울결이 횡역비위하여 위기가 상역하여 나타나는 증후이다. 평간화위법을 사용하며, 기본 약물에는 선복화 대자석 행인 귤홍 백출초 황금주초 당귀 백작약 향부자 목과 사인 곽향 등이 있다.
ꉯ 간울비허증 : 간기울결이 비위의 운화기능에 영향을 미쳐서 비기허약된 증후로 건비서간법을 사용하며, 기본 약물로는 초시호 인삼 백출 사인 곽향 당귀 백작약 사인 향부자 목과 생감초 등이 있다.
ꉰ 비실건운증 : 습열미진이나 한습곤비로 비의 운화기능이 실조된 증후이다. 건비운화법을 사용하며 기본 약물로는 인삼 백출 복령 의이인 산약 후박 초두구 귤홍 생감초 등이 있다.
ꉱ 비신량허증 : 비와 신은 상호자생, 상호영향하는 바, 습열이나 로권 혹은 고한약물을 과용하여 비신량허 혹은 비신양허하여 나타나는 증후이다. 건비보신법을 사용하며 기본 약물로는 인삼 백출 복령 산약 천단 상기생 녀정실 구기자 등이 있으며, 양허자는 선모 선령비 등을 가하고, 중자는 부자 육계 건강 등을 가한다.
ꉲ 간신음허증 : 습열이 구온하여 음기를 모상하거나, 혹은 신온향조품을 과용하거나, 혹은 실혈, 로권, 삼습리뇨지제의 과용 등으로 간음허와 신음허가 동시에 나타나는 증후이다. 자보간신법을 사용하며 기본 약물에는 사삼 맥문동 오미자 당귀 생지황 백작약 구기자 천련자 목과 하수오 생감초 등이 있다.
ꉳ 기혈양허증 : 습열의 구온으로 모기상음하거나, 혹은 비실건운하여 기혈생화부족하거나, 혹은 실혈로 인하여 기혈량허한 증후이며, 일구하면 음허상을 나타낸다. 보기양혈법을 응용하며, 기본 약물에는 생황기 인삼 백출 복령 백작약 생지황 당귀 천궁 감초 등이다.
ꉴ 간울혈체증 : 간울기체로 인하여 기체가 혈맥어조를 유발하여 나타나는 증후이다. 행기활혈법을 사용하며, 기본 약물로는 초시호 목과 향부자 당귀 백작약 택란 단삼 인삼 백출 사인 등이 있다.
ꉵ 기허혈체증 : 상기의 증은 습열이 간담을 침범하여 간울기체를 유발한 ‘인
병이허’이고, 본 증은 장부기능실조, 정기부족으로 기허하여 혈행을 추동시키지 못하여 나타나는 증후로 이른바 ‘인허이병’이다. 관유파선생은 증을 세밀히 관찰하여 병인을 구할 것을 강조하였는데, 병기가 불동하면 치법도 다르므로 이들 류형을 명학하게 변별할 것을 강조하였다. 익기활혈법을 사용하며 기본 약물로는 생황기 인삼 당귀 백작약 적작약 단삼 택란 계내금 향부자 생모려 별갑 우절 등이 있다.
ꉶ 담어호결증 : 담어호결증은 간 비 신 삼장의 손상과 기혈실조로 나타나는 증후이다. 만성활동성간염이 대부분 본 증에 속하고, 특히 지방간에 대하여 관유파선생은 담어호결한 소치라고 하였다. 활혈화어법을 사용하며 기본 약물에는 선복화 대자석 행인 귤홍 적작약 백작약 단삼 산사 우절 택란 초결명 등이 있다.
이상의 증형은 교착되어 나타날 수도 있고, 겸협하여 나타날 수도 있으며 혹은 상호전화하기도 하므로 마땅히 수증가감하며 고정된 방약에 얽매이지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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