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직장 동료들과 가까운 곳으로 천렵을 다녀왔다. 오래전부터 계획은 있었으나 말뿐 준비할 것도 많고 갈 곳도 마땅치 않아서 차일피일 했다. 최근 우리 사무실을 방문한 직원이 아는 곳이 있다는 말에 즉시 실행에 옮겼다. 참석자는 6명, 일정은 1박 2일이다. 준비물은 수십가지지만 내 텃밭과 마트가 해결해 주었다.
깻잎, 호박, 풋고추, 마늘, 옥수수 등을 텃밭에서 따서 장만했는데, 방갈로 삼남매집에서 웬만한 것은 다 공짜로 구할 수 있다. 술은 다른 부서 지인이 소주 한박스를 기부해 주셨고, 다른 한분이 토종닭 2마리를 기증했다. 점심은 마늘 양파, 옻나무를 넣은 옻닭과 옻닭국물에 라면을 끓여 먹었다.
옻닭이 끓는 동안 어항과 그물을 이용하여 고기잡이를 했는데, 어항은 집주인 친구 것을 빌렸고, 그물은 집주인에게 빌렸다. 원하면 반도도 빌려 주는데 편하게 고기를 잡는 방법을 택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고기를 잡다보니 생각보다 많이 잡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6명이 매운탕을 끓여 먹고, 튀겨서 술안주 하기에는 충분했다.
6명이 식사 준비하고, 짐 옮기거나 고기 손질하고, 그물 놓고, 설겆이 하는 등 모든 일들을 솔선해서 하다보니 잘 먹으면서도 늘 주변이 깔끔하다. 점심 먹고 커피 한잔 한 다음, 배가 꺼질 무렵 고기를 튀겨서 술안주를 하고, 텃밭에서 따간 옥수수를 삶아 배를 채웠다. 이른 저녁은 한 솥가득 끓인 매운탕으로 배를 채우고, 어두워진 후에는 구입해 간 삼겹살을 구워 주인장과 친구들까지 불러 배불리 먹었다. 특히 주인 아주머니가 주신 닭발과 친구가 가져 온 목이버섯 덕분에 상이 더 푸짐해졌다.
잠시 낚시질을 했지만 역시나 눈먼고기는 별로 없다. 겨우 한마리 잡고 난 포기, 다른 지인은 자정까지 미련을 두었으나 겨우 한마리 잡는데 그쳤다. 낚시하는 한분을 빼고 우리는 방으로 들어와 샤워하고 취침.
잘 자고 일어나 저녁에 쳐 둔 그물을 걷고, 전날 끓여 두었던 매운탕 국물에 라면을 끓여 배불리 먹었다. 주변정리하고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11시쯤 귀경길에 올랐다. 주인 할머니께서 전날 마늘과 감자를 듬뿍 주셨는데, 아침에는 옥수수를 한포대 따 오셔서 주셨다. 시간이 없어 쪄 먹지는 못했지만 괜히 배가 부른 듯하다. 옥수수는 나중에 회사에서 쪄 먹으려고 차에 싣고 돌아왔다.
방갈로 테이블은 하루 5만원이고 방은 10만원인데 각종 채소나 음식 장만을 위한 도구를 빌려 주므로 비싼 것은 아닌 듯하다. 방갈로 테이블 빌려 텐트나 제공하는 모기장 치고 잠을 자면 더 운치가 있을 듯도하다. 신기하게 모기가 거의 없고, 물가라 매우 시원해서 밤에는 이불을 덮고 자야한단다. 샤워장과 식수는 지하수가 나오는데 매우 차다. 샤워장에는 물론 따듯한 물도 나온다.
야외에 놓인 냉장고도 사용할 수 있고, 숯불 바베큐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명과 간 경우라면 가능하면 전기 구이기를 빌려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요리는 대부분 이 곳을 소개한 지인이 했지만, 매운탕은 식객의 천렵 레시피를 참조했다. ^.^
가끔은 일상을 탈출하여 편하게 쉬고 오는 것도 재충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솔직히 100대 명산, 백두대간을 다니는 입장에서 이런 정도의 계곡이나 쉼터는 더 좋은 곳이 많다. 하지만 좋은 사람과 마음 터 놓고 즐기는 것도 경치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특히 이집 주인처럼 채소나 각종 편의를 제공해 주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을 듯하다. 그 덕분에 이번 천렵이 더 재미있고 행복했다.
계곡에 붙어 있는 방갈로, 주말에는 물가 아닌 곳도 만원이란다. 예약은 필수.
숙소 및 화장실, 샤워장, 싱크대가 있는 건물, 좌측에 냉장고도 방문객용.
멀리 족구장과 주차장, 테크 그리고 좌측에 각종 채소가 심어진 텃밭
농수용 보의 모습. 수량을 조절하는 나무 판자 덕분에 물이 가슴높이까지 깊어질 수 있다.
먼저 와서 고기잡이에 열중하는 부부의 모습. 주말 친구들이 대거 올 거라며 어부 수준의 고기잡이를 하고 계셔서 우리가 잡을 게 적었다는 ㅠㅠ
오랜만에 물에 누워 망중한을 즐기는 모습. 이렇게 누워 한참 있으면 세상이 내것이 된 듯.
오랜만에 수영실력도 뽐내 보고. ^.^
옻닭 백숙에 만찬을 즐기는 모습.
수영을 못하는 분은 주인장님이 빌려주는 튜브를 이용 물놀이를 할 수 있음.
보의 물이 넘치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올갱이들이 보 아래쪽 바닥으로 대거 몰려 나오기도. ^.^
날이 더워서 그런지 유혈목이가 물에 뛰어 들었다. 요즘 오염이 심해 뱀을 보기 쉽지 않은데 반가운 나머지 달려가서 사진으로 담았다.
어항으로 잡은 작은 피래미를 튀김옷을 입혀 튀겨 술안주로 만들고 있다. 깻잎도 함께 튀겨 같이 먹으니 별미다.
텃밭에서 따간 점박이 옥수수. 생긴건 그래도 맛은 좋다.
열심히 고기를 튀기고 있는 지인의 모습이 진지하다. ^.^
나도 20년 넘게 낚시를 해 보았고, 어린 시절에도 대나무 낚시대로 낚시를 자주 해 본 경험상 낚시는 시간 낚기다. 지인이 열심히 낚시를 하고 있으나 결국 한마리 잡는데 그쳤다. 난 30분쯤 낚시로 한마리 잡고 만족. 끝. ㅋㅋ
물놀이 나온 아이들이 몇명 놀고 있는데, 평일이라 많지 않다.
싱크대, 강력한 화력의 버너와 대형 요리를 할 수 있는 들통이 있다.
공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방의 모습
그물로 잡은 고기 몇마리를 장만해서 놓은 것을 찍어 보았음.
주인 할머니가 쪄 먹으라고 가져다 준 옥수수
사남매집 명함.
식객 만화 중 천렵 부분에 나온 레시피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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