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아주 적은 나쁜 사람들이 있다
제가 가입되어 활동하고 있는 도봉바른세상만들기시민모임(도바세, dobase.net)에서 매달 2만원씩 지원해 드리기로 했던 4가구 중 한가구를 오늘 회원 한분과 다녀왔습니다. 빈손으로 가기가 뭐해서 구석에 묵혀있던 세제를 한통 들고 나섰습니다.
단독 주택가 이었는데 아파트촌과 달리 단독 주택을 번지수만으로 찾기란 쉬운 것이 아니더군요. 둘이서 보물찾기하듯 찾아 헤매다 결국 전화를 했습니다. 68세의 연세이고 어려운 처지에서 살고 계시지만 밝고 힘찬 할머님께서 나오신 것은 한참 뒤였습니다. 숨바꼭질하듯 우리가 서있던 곳을 반대로 뒤로 돌아서 찾아 오셨더군요.
하여간 전화에서 들었던 목소리처럼 밝고 힘찬 모습에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전화를 하지 않고 찾아 갔으면 6학년 4학년 두 손자도 함께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전화를 하는 바람에 아이들은 자리를 피했더군요.
찾아간 집은 다세대 주택의 반지하방 이었는데 할머님께서 깔끔하신 성품이라는 것이 한눈에도 알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찾아갔는데 모든 것이 정돈되어 있었고 손자들에게 부쳐주고 남은 김치전 냄새가 방안을 가득 채웠을 뿐 집안에 먼지하나 없어 보였습니다.
잠시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젊은 시절 남편을 여의고 2남 1녀를 키웠으나 장남이 사업실패로 연락이 두절되어 두 손자와 빈손으로 지인들이 있는 서울로 올라오셨다고 합니다. 차비도 없어 간신히 애들 과자 사먹으라고 주변에서 쥐어 준 돈으로 서울로 올라왔는데 다행해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어서 현재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하십니다.
아무 것도 없이 올라왔는데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다행히 애들을 보육원에 맡기지 않고 함께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시다고 합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세상에는 아주 적은 수의 나쁜 사람들이 있어요. 대부분의 착한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밝고 어려운 사람들도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말씀하시면서 도움을 주시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토요일 마다 학습지도를 해 주시는 분에서 크고 작은 필요한 것을 지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우리는 잘 모르고 못 느끼지만 할머니께서 보시기에 세상 사람들은 너무나 착한 것으로 보고 계신 듯 합니다.
할머니께서는 또 손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고 합니다.
“내가 아는 것도 없고 돈도 없어서 잘 가르치지는 못하지만 당당하게 살아라. 당당하게 살기 위해서는 내가 잘못을 하지 않아야 한다.”
너무나 좋은 말 같습니다. 세상에는 큰소리치고 살지만 당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한 두끼를 굶더라도 당당할 수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시고 작은 도움도 고맙게 생각하시는 말씀을 들으면서 부끄러운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할머니의 그런 긍정적인 사고사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밝고 씩씩하게 자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작은 도움이지만 한 가족이 행복한 웃음을 잃지 않는다면 그보다 큰 보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할머니께서는 한 두 끼를 굶더라도 아이들을 보육원에 맡기지 않고 직접 기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도바세 회원님들께서 납부해 주시는 회비는 모두 이러한 어려운 이들에게 행복을 주고 미래에 희망의 싹을 틔우는데 사용된다는 것에 회원님들도 기쁘게 생각할 것으로 믿습니다. 오늘 읽은 잡지에 돈이 많은 사람들일 수록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면서 그 글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자가 천국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지나가는 것만큼 어려우니라.”
끊임없이 부자가 되려하기 보다는 나눔을 먼저 생각하시는 모든 회원님들에게 축복이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행복을 타인에게 나누어 줄 줄 아는 사람은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우리 도바세 회원님들은 그런 의미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돌아오면서 해 보았습니다.
내일은 방학동에 계시는 분의 집에 다녀올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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