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인데 지리산을 간다고 신청해 놓고 체면에 취소할 수도 없고 걱정을 했는데,
일기예보에서 2일은 비가 안온다고 합니다.^^
약속시간에 도착하니 원순용님께서 사람들을 모아 놓고 상황설명
"지리산 계곡의 물이 불어 산행이 어려울 것 같으니 설악산으로 갔으면 합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공부한 지리산 관련 정보를 지도 등의 유인물과 함께 쓰레기통에 버리고 설악산으로 출발…….
10시 30분 좁은 15인승 승합차에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한계령,
컵라면으로 속을 덥히고 2시 30분산으로 출발…….^^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 면이 아니라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르리 없건만 제 아니 오르고 산만 높다 하더라. ㅋㅋ
30분을 오르다 길을 잃고 한바퀴 제자리로 리턴 하는 위기 상황에서,
21년 전 올랐던 기억과 지도 판독능력(?)을 발휘하여 제 길을 찾아 go.
1시간 반을 오르니 먼동이 터 오고 능선을 오르니 저 아래에 도가 펼쳐집니다.
도가 뭐냐고요.
노자 도덕경에 자연이 도라고 했더군.
불경과 주역에 무상성이 유일한 진리라고 했고.^^
기암절벽 아래로 펼쳐지는 변화무쌍한 자연의 변화 그것을 저는 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모든 것들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은 그 변화를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오직 인간만이 변화를 거역하거나 자신들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발버둥을 칩니다.
결국 세월의 흐름과 자연의 변화 속에 포기하고 말지만요.ㅋㅋ
하여간 도를 보기 보다는 앞으로만 전진하는 마음 바쁘신 2분 덕분에
선두에서 팀을 이끄는 저로써는 힘들이지 않고 세상을 즐겼습니다.
다양한 처음 만난 사람들의 모임이지만 자연 속에서 그렇게 하나가 되었습니다.
대청에서 먹기로 한 식사를 끝청(1603미터)에서 각자 싸온 음식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전 초코파이 2개랑 사탕, 그리고 저만의 비상식량을 가져갔을 뿐이므로,
다른 분들이 싸온 정성스러운 도시락을 얻어먹는 것으로 대 만족.ㅋㅋㅋ
가져간 막걸리는 제가 제일 많이 마셨습니다.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오색으로 하산…….
하산길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엄청난 경사와 계단 때문에 무릎에 무리가 가신 분들이 속출하였음에도 무사히 하산.
정말 친절한 오색약수식당(다시 가면 꼭 이용해야지)에서 머루주를 한잔 얻어먹고
도토리묵과 감자전을 구입하여 오색 매표소 옆 계곡으로 …….
다들 계곡에서 팬티만 입고 목욕,
저도 시원한 계곡물속에 들어가 자연과 하나 되어 목욕을 하고,
팬티만 입고 몸을 반쯤 물에 담근 채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마시는 기분이라
엄청나게 많은 술을 마셨지만 취하기는커녕 점점 더 맑아지는 머리…….^^
작고 좁은 승합차에 올라 못잔 잠을 청하고 눈을 뜨니
매연 냄새가 너무나 친근한 서울의 한복판이더군요.
서울에 도착하여 조금이라도 자연을 느끼고 싶어
야외 등나무 아래 차려진 식당에서 돼지갈비와 소주로 마감.
처음만난 사람들이 십년지기처럼 가까워져 있었습니다.
수십 병의 소주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서로를 칭찬하고
멋진 산행을 추억하며 다시는 안 간다던 산행을 벌써부터 계획하는 분위기…….ㅋㅋ
저녁 7시 가볍게 술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짧고 힘든 일정이지만 역시 자연과 함께하는 산행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는 왜 일상에서 도를 잊고 스스로 억지스럽게 사는지,
이번 산행을 통해 조금 알 것 같습디다.
여러분 자주 도를 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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