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내는 출근하고 늦게 일어나
싱크대에 가득한 그릇들을 설겆이하고,
물을 끓이고 책을 하나 챙겨들고 생수병을 챙겨 산으로 출발...
산을 오르는 길에 초보 농사꾼을 만난 불쌍한 배추가
추위에 노출되어 떨고 있더군요.
자비심을 발휘할까 하다가 아프면서 큰다는 생각에 그냥 지나쳤습니다.
혹 무지개님들 중에 배추 농사 지을 일이 있으시면
포기를 묶을 때 허리가 아닌 윗쪽을 묶어 주십시오.^^
날이 추워서 약수터는 온통 얼음바다...
일주일 먹을 물을 받아 놓고 뜨거운 커피로 추위를 식히며,
책을 읽고 있으려니 추위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안더군요.
결국 포기하고 하산...
집에 와서 고기 구워서 애들 챙겨 먹이고,
아내가 호출한 장소로 달려갔습니다.
토요일도 오전 근무를 하는 아내를 만나 삼각산 산행을 시작,
진달래 능선을 따라 오르다 보니 철없는 진달래가 추위에 떨고 있더군요.
요즘은 기상 변화로 인해 계절을 잊은 식물들이 많습니다.
대동문까지 쉬엄 쉬엄 올라갔지만 실망스러운 조망으로,
대충 커피나 한잔씩 먹고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아내의 말로는 아카데미 하우스 방향으로 하산길이 절경이라고 해서
많은 기대를 했는데 너무 밋밋하고 경치도 별로라서 또 실망.
오늘 따라 여유부리는 아내랑 최대한 여유를 부리며 하산해서
4.19묘지 앞으로 지나 아내가 그토록 칭찬하는 부부사철탕집에서
보신탕을 메뉴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산행은 모두 실망스러웠지만 식사는 풍족하고 만족하게 잘 먹었답니다.^^
하루에 두 산을 섭렵했으니 당연히 몸보신 해야겠지요.^^
집까지 걸어오면서 아내가 하는 말,
"친구들이 당신보고 한량이래"
그렇습니다.
저 한량 맞습니다.
세상사람들이 모두 욕심부리는 것들에는 관심이 없이,
그저 가치있고, 보람있고, 행복한 일들만 찾아 다니는
세속의 평가 잣대로 보면 무능력한 한량입니다.
그래도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입니다.^^
내일은 또 어디에서 행복을 찾을까?
"여보 내일 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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