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논란을 보며
전 개인적으로 종교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모두 저의 권유로 성당을 다니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종교는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고, 이기적으로 흐를 수 있는 삶을 사랑이나 자비를 일깨워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고 믿습니다. 물론 삶의 순간순간에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종교의 본연의 가치를 외면한 채 기복신앙이나 영적인 구원만을 추구하는 본말이 전도된 믿음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은 유감입니다.
우리 집에는 매주 가톨릭신문이 배달됩니다. 솔직히 봐야할 것이 너무 많은 저로서는 그 신문을 일일이 읽어 볼 시간이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황우석교수의 줄기배아세포 연구와 관련한 강력한 반대 기사가 워낙 크게, 매번 실리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가톨릭계의 입장을 조금 알고 있습니다.
생명과학분야에 문외한인 제가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의 차이점이나 장단점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두 주장 사이에는 거의 타협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 중심에 생명윤리의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생명윤리 문제는 중요한 것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의학이라는 것 자체가 비윤리적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어릴 적 나누던 대화중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의사는 지옥에 갈 수 밖에 없다. 하늘에서 데려가려고 점찍은 사람을 의사들이 고쳐서 살려내는 통에 하늘의 의지대로 할 수 없게 만드니까.”
물론 농담이지만 우리의 현대의술은 과거의 입장에서 보면 비윤리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습니다. 해부학이 그렇고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자행한 각종 생체실험이나 일본의 731부대가 자행한 생체 실험 자료를 거액을 주고 인수했던 미국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처럼 현대의학은 비윤리적인 범죄행위를 통해 발전해 왔습니다. 물론 현대에 와서는 해부학을 비윤리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MBC PD 수첩 프로그램에서는 현재의 잣대로 배아줄기 세포 연구에 대해 생명윤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그 근저에는 황우석박사의 연구 성과자체를 부정하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봅니다.
이 프로그램의 문제는 프로그램에서 지적한 문제들은 단순히 인간적인 측면에서 비밀로 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기에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집중 부각하여 황우석박사를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따라서 그의 연구 성과도 믿을 수 없도록 유도하려는 측면이 강하게 보인다는 점입니다.
윤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선의의 거짓말을 한 황우석박사보다는 결과적으로 미혼의 여성연구원의 신분을 드러내고 불치병환자들을 위한 생명과학의 진보를 늦춘 MBC가 오히려 더 중한 잘못을 했다고 생각됩니다.
과연 가톨릭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배아줄기 세포 연구는 비윤리적이고 성체줄기 세포 연구는 윤리적일까요? 미천한 인간이 과연 무엇을 절대적인 진리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수많은 오류투성이인 종교적인 결론들을 경험한 가톨릭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또다시 자신들과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심판할 수 있을까요?
미국이 잘못된 정보(제가 보기엔 의도적)를 기반으로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수 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종교적인 우월주의가 낳은 비극입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광화문에서 때려잡자 김정일을 왜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종교의 해악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장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와 자유, 사랑을 부르짖어야 할 사람들이 타인을 증오하고 용납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과연 하나님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뀌듯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는 진리라고 믿어 왔던 것들도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불교나 동양철학에서는 ‘유일한 진리는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고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타인을 용납하지 않는 국민적 사고방식의 만연은 단순한 윤리문제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가 자칫 분열과 갈등으로 공멸할 수 있는 위험요인입니다. 더구나 갈등을 치유하고 화해와 용서에 앞장서야 할 종교계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 것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최선의 결과를 합의해 나가는 열린사회가 되어야만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아니 서로의 삶이 보다 여유롭고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은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과 자비를 베푸는 삶입니다. 종교를 믿는 많은 사람들이 모든 것에 사랑이 우선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린도전서 13장 13절
아무리 믿음이 깊어도 사랑이 없다면 가야할 곳은 지옥밖에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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