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질 줄 모르는 사람 | |||||||||||||||||||||||||
[정경희의 곧은소리] 교육파업과 국회파업은 천박한 '노예' 행태 | |||||||||||||||||||||||||
| |||||||||||||||||||||||||
미디어오늘 media@mediatoday.co.kr | |||||||||||||||||||||||||
| |||||||||||||||||||||||||
"경제가 어렵다"는 말은 귀에 멍이 들만큼 흔히 듣는 유행가다. 노무현 정부에 적대적인 정치꾼이나 논객과 신문들이 즐겨 쓰는 비판적 구호의 하나다. 그러나 해마다 한국은행이 내놓는 통계를 보면 사실은 정반대인 것 같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해외여행자와 유학생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가고 있다. 지난해 해외여행과 유학·연수에 퍼부은 돈은 15조원 규모인 150억 달러. 이 중 유학·연수 비용은 1년 동안에 37% 늘어 3조원 규모인 30억 달러였다 한다. 그러니까 해외여행에 쓴 돈은 120억 달러였다는 얘기다.
간판만 찾는 학벌사회 명색이 '문자의 나라'임을 자랑해 온 우리가 책을 사기 위해 쓰는 돈은 외식비나 자녀의 사교육비는 고사하고, 이·미용비나 담뱃값의 5분의1, 또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비록 '온라인 시대'라고는 하지만 책과 인쇄물은 오랜 역사적 축적의 결과물로 여전히 정신적 동력원이다. 책을 읽지 않는 오늘의 한국인은 이 나라의 정신적 타락과 위기를 말하고 있다. 책과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 교육보다 간판과 허영을 추구하는 얼빠진 한국인-그것이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다. 그래서 이 나라에는 학교도 많고, 대학생 수는 인구에 비해 세계 1위를 자랑하지만 교육붕괴 위기에 직면해왔다. 사학법 개정은 이처럼 위기에 직면한 한국 교육을 바로잡기 위한 개혁입법의 하나로 논의된 끝에 국회를 통과한 것이었다(작년 12월9일). 그러나 사학법개정 반대 장외투쟁에 나선 한나라당은 국회에 복귀하지 않은 채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다만 제주도의 5개 사립고의 뒤를 이어 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도 신입생배정 거부를 철회함으로써 사립중고의 '교육파업' 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8일). "노예는 위대한 것을 모른다" 사립학교도 진정한 의미의 교육기관이라면, 그리고 오너와 족벌이 지배하는 '학교장사'가 아니라면 운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사학법 개정에 반대할 까닭이 없다. 그런 뜻에서 평생 땀을 흘릴 각오로 교육현장에 뛰어든 사립학교 구성원들은 자긍심을 걸고 교육파업을 거부할 것을 기대하고 싶다. 따지고 보자면 이 나라가 직면한 교육의 위기는 학교라는 제도적 울타리 안에서만 일어난 위기는 아니다. 알맹이 없는 학벌의 '간판'만 따겠다고 아우성치는 세태, 그 중에서도 부동산 투기에 나서는 투기꾼처럼 영어와 해외유학에 운명을 거는 정신나간 사대주의 등 누적된 고질병이 그 밑바닥에 깔려있다. 또 그 밑바닥의 밑바닥에는 IMF 사태 이후 굳어진 '부익부 빈익빈' 구조가 깔려 있다. 철학자 니체는 말하기를 "노예는 중대한 일에 책임을 질 줄 모르고, 위대한 것을 추구할 줄 모르고, 현재의 것 이상으로 존중해야 할 과거나 미래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고 했다. 정경희 / 언론인
| |||||||||||||||||||||||||
|
|||||||||||||||||||||||||
입력 : 2006년 01월 10일 16:23:11 / 수정 : 2006년 01월 10일 18:38:40![]() | |||||||||||||||||||||||||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대 조사위 발표의 문제점들 (0) | 2006.01.11 |
---|---|
정운찬총장, 문신용 서울대 동기분의 양심글 (펌) (0) | 2006.01.11 |
인터넷에 올라온 사학법 관련 질문과 답 (0) | 2006.01.09 |
개정 사학법 핵심내용(펌) (0) | 2006.01.09 |
정부는 오판하고 있다. 조사위 발표 이후는 없다. (0) | 2006.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