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아내는 친구들과 산행을 떠났습니다. 휴일이라 조금 늦은 아침을 두 아들과 먹는데 참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것 같네요. 밥 먹기 전에 작은 아들의 눈 밑 염증을 침으로 간단히 치료해 준 이야기부터 스트레스와 뇌 이야기까지 다양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에 대한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길들여져 있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은 모두 뇌가 만들어 낸 환상이죠. 우리는 스스로 믿는 것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봅니다. 시각으로 초당 4천억 개 이상의 정보가 들어오지만 우리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봅니다. 아니 뇌가 인식하고 있는 것만 보는 것이죠.
수많은 인파 속에서 아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은 인간의 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또한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감촉하기를 원합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에 노출되면 스트레스를 받죠. 즉 싫은 냄새, 듣기 싫은 소리, 보기 싫은 장면, 먹기 싫은 것, 싫은 감촉에 접하면 스트레스가 생깁니다. 스트레스는 일종의 생존 본능입니다.
금산인삼축제 사암한방의료봉사에서 매우 뚱뚱한 분이 최근에 시고 단 과일만 먹으면 생목이 올라와서 먹을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저보고 고쳐달라고 하신 것인데 제가 그랬습니다. "어르신 그건 몸이 살고 싶어서 마지막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지금 몸을 보세요. 시고 단것을 계속 드시면 큰 병이 나십니다. 그 증상을 고맙게 생각하시고 앞으로 시고 달고 기름진 것은 드시지 마세요."
어찌되었던 우리 몸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원하지 않는 것을 피하려는 속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그런 상황에 처하면 빨리 벗어나도록 반응을 보이죠. 그게 불가능할 때 스트레스가 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대화를 할 때 90%의 칭찬과 10%의 잔소리를 한다면 아이는 부모의 첫 소리를 스트레스로 듣지 않습니다. 아니 기분 좋게 듣게 되지요. 그러나 반대의 경우 부모가 첫마디를 던지는 순간 듣기 싫은 소리라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작동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잔소리를 해 된다면 귀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의료봉사에서 귀가 들리지 않는 분들을 몇 분 보았는데 모두 남자들이었습니다. 물어보나 마나 그 부인의 잔소리가 그분들의 귀를 어둡거나 먹게 만든 것입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죠. 그러나 대화를 나누어 보면 제 판단이 거의 맞습니다. "집에 할머니의 잔소리가 심하시죠?"라고 물어 보면 대부분 '예'라는 대답이 나옵니다. ^.^ 이런 경우에는 어떤 침도 소용이 없지요. 그분들이 듣고 싶은 소리를 자꾸 들려주는 수밖에요.
하여간 아이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가 참 부족한 부모였다는 것을 실토하게 되었답니다.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지요. 일주일 동안 집을 비우고 의료 봉사를 다녀왔는데 대화가 통하는 것이 고맙더군요. 아이들에게 조금 더 좋은 말만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아버지 말은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말입니다. 참 쉬운 것인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주면 결국 제가 원하는 대로 아이가 클 것인데 말입니다.
훌륭한 인물을 만드는 것은 결국 부모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대로 그러나 바른 방향으로 키우는 훌륭한 부모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참 못난 아버지였던 것 같습니다. 작은 놈이 고3이니 많이 늦었지요. 지금부터라도 조금 더 아이 편에서 생각하고 키워야겠습니다.
남자 셋만의 짧지만 길고 다양한 대화가 오간 식사 자리였습니다.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뇌, 생각의 출현'을 읽고 (0) | 2009.10.13 |
---|---|
사람은 마음으로 늙는다. (0) | 2009.09.30 |
금산임삼축제 축제 참가 후 귀경 보고 (0) | 2009.09.24 |
쓸데없이 긴 일상 이야기 (0) | 2009.09.20 |
지눌 선사의 진심식망(眞心息忘) (0) | 2009.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