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련

한의학이 치료의학인가?

별꽃바람 2010. 7. 17. 14:29
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한의학이 치료의학인가?

 

그동안 한의학이 수많은 질병을 한방 치료로 해오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의학계나 일반인 사이에 한방이 과연 치료의학이냐 아니냐 하는 진부한 토론이 끝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것은 한방의학의 치료 방법이 양방의 방법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과 관계가 깊다. 소위 흑백 논리처럼 한쪽에 익숙한 사람은 다른 치료 방법이 낯설므로 이 방법으로 과연 될까 의구심이 날만도 하다. 더구나 자연과학과 함께 발전한 양방이고 보면 첨단 진단 장비를 동원하여 상당한 개가를 올리고 있는 현실에서 아무 검사 방법이나 장비를 동원하지 않고 단지 대화하고 손목을 진맥하는 것으로 얼마나 몸의 병을 알겠는가 할 것이다.

약만 해도 그렇다. 부작용 적고 특효를 발휘하는 새로운 약이 쉴 수 없이 개발되어 바로 얼마 전까지 쓰던 약을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천 년 전부터 써 오던 한정된 풀뿌리 나무껍질(초근목피)약을 가지고 얼마나 치료를 해내나 의심이 갈 것이다.

여기에 한의학의 비밀이 있다. 우리 몸은 해부학적으로 수많은 조직의 복합으로 구성되지만 실제로는 조직끼리 열려 있어 언제나 교류를 한다. 즉 상중하와 안팎이 하나가 되어 생명 활동이 잘 운영되는 것이 건강한 사람이다. 온돌방에 비유하면 아궁이에 불을 지펴 불기운이 방고래를 타고 들어가 온 방이 따뜻한 것이 정상인데 방고래가 막혀 있으면 불을 지펴도 방이 따뜻하지 않을 것이고 방고래가 잘 되어 있어도 아궁이에 불을 지피지 않으면 역시 방이 따뜻하지 않다. 이처럼 우리 조직(방고래)이 온전해서 생명 활동력(불 지피는 것)이 온 조직을 잘 출입하는 것이 건강한 사람이다. 이래야 열이나 염증도 없고 소위 냉증도 없으며 세균의 침입이나 웬만한 스트레스도 이겨낼 것이다.

그런데 밥만 먹으면 코가 막히는 사람은 본디 약한 위장이라 생명력이 이것을 활동시키려고 애를 쓰다 기운이 떠서 코에 나타난 것이다. 생리 때만 되면 생리통과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은 평소 자궁이 약해 자궁 문이 순조롭게 열리지 않으니 생명력이 이것을 열려고 애를 쓰니 아프고 위로도 기운이 거슬러 올라가니 머리까지 아프게 된다. 화를 냈다 나면 코피가 나고 좀 있으면 하혈하는 사람은 감정으로 기운이 치받칠 때 피도 따라 울컥 올라가므로 코피가 나며, 화내고 나면 후줄근히 지칠 때 아래쪽도 기운이 없어져 모세혈관의 신축도 둔해지므로 쉽게 하혈하게 된다.

그러므로 병을 파악하는 관점이 조직이나 세균에 초점을 맞춘 병명보다는 조직과 생명력의 상호관계로 파악하여, 다시 균형을 이루게 하려는 것이 한방 치료의 기본 관점이다. 이러한 불균형을 진맥으로 쉽게 알아차리는 것이요, 한약 하나 하나의 성질을 활용하여 내리는 약, 들어올리는 약, 펴는 약, 말리는 약 등으로 그 불균형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지 무슨 특효약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방법은 시대와 질병이 아무리 변해도 여전히 유효하다. 마치 매년 춘하추동이 바뀌어도 언제나 춘하추동이 차례대로 온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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