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련

한의학과 민간요법의 차이

별꽃바람 2010. 7. 17. 14:37

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한의학과 민간요법의 차이

 

술안주에 왜 감을 쓰지 않는지 아십니까? 이것은 감을 많이 먹으면 변비가 되거나 위장이 약한 사람은 체한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정신과 육체를 흥분시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분 좋을 때 말도 적당히 하면서 술을 마시면 우리 기분과 술 성질이 잘 맞아떨어져서 술도 잘 받고 깨기도 잘 합니다. 반면에 기분이 나쁠 때는 술맛도 잘 안 나고 억지로 마셔 놓으면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기 쉬운 것은 감정을 오그리고 있으니 신진대사도 오그라져서 술기운이 잘 발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감은 아무래도 떫은 맛이 있는데 이 떫은 맛이 우리 조직의 활동을 오그라뜨립니다. 그러므로 술기운이 퍼지는 걸 방해해서 숙취를 일으킬 수 있는 것입니다. 감 먹고 변비 된다는 것도 장을 수렴해서 잘 내보내지 않게 하는 것이고 위장이 무력한 사람은 확실히 감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되는 것은 위장의 소화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술과 감, 변비와 소화불량을 이렇게 말하면 쉽습니다. 그러므로 감을 조심해야 될 사람도 있고 감 정도에는 끄떡도 않는 사람도 있으니 감의 그런 성질만 알고 있으면 각자 알아서 결정하면 될 것입니다. 이런 것을 이유도 없이 그저 감은 어디에 좋고 어디에 안 좋고 어떤 체질은 받고 어떤 체질은 먹으면 안된다고 하면 기억은 할 수 있어도 이치적으로 인정이 잘 되지 않습니다.

한의학(또는 민족의학)은 본디 이런 식으로 이치에 입각해서 모든 현상을 밝히고 각종 병을 치료하는 의학입니다. 요즘은 양약의 부작용을 겁내서인지 민간요법이 많이 유행하고 있는데 이것은 음식과 흔히 알려진 한약을 알아서 건강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왜 그런지를 분명히 알고 사용하면 좋겠는데 뭐에는 뭐 쓰라고만 하고 납득할 만한 이치가 없으면 그야말로 민간요법이지 의학이 아닌 것입니다.

한의학의 漢 자는 한나라 의학 즉 중국에서 들어온 의학이라고 알고 계신 분이 많은데 사실은 특정 나라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은하수를 河漢이나 銀漢이라 하는 것과 같이 우주의 중앙이란 뜻입니다. 즉 중국에서 오래 전에 내경이란 책을 통해서 그 이치가 밝혀진 의학이긴 하지만 전 지구의 인류, 나아가서 우주의 이치까지 포함하는 의학이란 뜻으로 漢醫學이라 불러왔던 것입니다. 몇 년 전에 우리 민족의 독창성을 강조하기 위해 漢醫學을 韓醫學으로 바꾼 것도 잘된 것이긴 하지만 본디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서양의학이 거의 전 인류를 대상으로 치료하고 있듯이 한의학도 그 이치에 입각하여 침이나 한약이나 기타 방법으로 전 인류를 치료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이 국수적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국산 한약으로 이란 여성의 신경통과 미국 남성의 요통을 고친 것은 신토불이와는 좀 다르지 않겠습니까? 우리 나라 토질이 매우 좋은 편이라 한국․중국․일본에서 공통적으로 생산되는 약재는 우리 것이 좀더 낫다는 말이지 우리 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계피, 부자, 감초, 공사인 등 수십 종의 중요한 한약재는 본래 열대산이라 옛날부터 지금까지 수입해서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한의학이 민족의학이니까 무조건 아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 이치가 동서고금에 여실히 통용되는 우수한 내용인 것을 구체적으로 알아서 실생활에 적용하고 전세계에도 보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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