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신장이 왜 나빠지나?
급성 신장염은 대개 예후가 좋지만 만성 신장염은 콩팥의 여과 및 배설 기능이 떨어져 있어 잘못하면 신부전이나 위축신으로까지 악화된다. 세 사람의 신부전 환자를 예로 들어보자.
한 주부는 시집 식구 한 사람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생각만 하여도 죽이고 싶도록 치가 떨렸다. 평소 예민하여 감정의 변화도 심하였다. 항상 쫓기는 듯한 초조 불안과 미운 감정으로 몇 년을 살다 보니 심장이 죄어드는 부담감과 고혈압이 나타나더니 결국엔 신부전으로 판명되었다.
한 아이는 좀 약하게 태어난 탓도 있지만 부모가 밤늦게까지 가게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용돈을 넉넉히 준 걸 가지고 사탕, 음료수 등 달고 찬 것을 무지 먹었다. 그러니 입맛이 없어 도시락을 남기기 일쑤였다. 국민학교 고학년이 되자 얼굴이 붓고 소변이 시원찮더니 몇 달 후 소변을 거의 보지 못하는 신부전이 되었다.
한 주부는 젊어서 홀로 되신 무서운 시어머님을 모시고 산다. 남편과 외출하는 걸 보지 못해 어머님과 남편이 바깥 볼일을 도맡을 정도로 질투가 많다. 항상 불호령이 떨어질까 마음 졸이며 몇 년을 살다 보니 어느 날 신부전이 되어 있었다.
이 세 경우는 나타나기는 다 같은 신장이라 병명은 같다 해도 원인이 영 다르다. 처음 경우는 분노와 초조함으로 자꾸 위로 기운이 뜨니 아래쪽 신장이 따돌렸다. 둘째 경우는 단 것, 찬 것으로 위장이 둔해지고 약해져 버리니 심장에서 신장으로 공급되어야 할 혈류가 중간에서 차단되었다. 셋째 경우는 공포의 감정으로 기운이 꺼져 들어가니 신장이 직접 억압을 받아 결국 위축되어 버렸다.
우리 몸은 죽기 전까지는 체온을 유지하고 사는데 이 원동력은 심장이다. 심장의 부단한 박동으로 피가 몸 구석구석을 출입하기 때문이다. 위의 세 경우 모두 심장 활동이 신장까지 돌봐주지 못해 신장이 가난해져 병이 된 것이다.
처음 경우는 피가 솟구쳐 심장의 활동 방향이 위로 향하는 바람에 신장이 병났으니 마음을 풀고 기운을 내리면서 중간(소화 기관)을 열어 줘야 아래쪽 신장이 살아날 준비가 된다. 둘째 경우는 중간이 막힌 것이 제일 문제이니 중간을 열어야 심장과 신장이 다시 사귈 준비가 된다. 셋째 경우는 겁을 먹어 기운이 밑으로 내리 눌려진 것이니 마음을 챙기고 기운을 들어올려야 신장이 다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신부전 치료가 정말 어렵다. 그러나 상중하가 이렇게 따로 놀고 있는 것을 다시 한 몸이 되도록 해 주면서 신장을 살리는 치료를 하는 것이 혈액 투석이나 신장이식 이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순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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