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련

배가 찬 사람

별꽃바람 2010. 7. 17. 14:42

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배가 찬 사람

 

알고 보면 배가 찬 사람이 매우 흔하다. 본디는 연세 드신 분들이 무릎이 시리다, 등에 찬 바람이 난다, 배가 차갑다 하는 게 다반사였는데 요즘은 젊은 사람이나 심지어 아이들도 배가 차다고 한다.

사람이 배가 차가우면 대체로 힘을 쓰지 못한다. 우리 몸이 머리, 가슴, 배, 팔다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배에서 생명활동이 출입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배가 찬 것 때문에 심장 피가 잘 내려오지 못하면 위로 역류하여 감정은 더 불안정해지고 팔다리, 특히 다리쪽으로 가는 순환에 지장이 많다.

그런데 배가 찬 사람도 체온을 재보면 정상이다. 배는 차가운데 체온계로는 오히려 열이 있을 때도 있다. 그 차이가 무얼까?

우리가 체온을 재는 것은 겨드랑이나 혀밑이나 항문을 이용하여 몸속의 온도를 알려는 것이다. 그런데 온 몸이 한덩어리로 열전달이 잘 되고 있을 때는 이렇게 재어도 문제가 없지만 건강에 균형이 깨어지면 이렇지를 않다. 얼굴은 달아오르고 가슴이 답답해 죽겠는데 배는 얼음짱같이 차다. 따뜻한 이불 밑에서 자고 있는데도 다리는 여전히 시려서 잠이 들지 않는다.

이와 같이 체온과 상관없이 배가 차다는 것은 심장과 배가 따로 논다는 말이다. 심장 활동이 발바닥까지 잘 출입한다면 우리 몸 어디에도 차갑다, 시리다 하는 느낌이 있을 리가 없다.

이렇게 배를 차게 하는 것은 술을 자주 마시든지 식사가 불규칙이어서 위와 장이 약해져서 그렇든지 자연유산이나 소파수술을 자주 하여 자궁이 약해진 경우는 직접적으로 배가 식어질 만하다고 하겠으나 고민이 많은 부인, 짜증이 많은 남자, 생각이 많은 학생, 우울한 아이들, 초조한 아버지, 불만 많은 어머니들도 역시 배가 차다. 다시 말해 위, 장, 자궁 이외에도 우리의 감정상태도 이런 균형을 잘 깨뜨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긴장, 초조불안, 짜증은 열이 뜨게 하고 이 때 아래가 식어진다. 생각과 걱정은 위장활동을 억압하여 윗배를 차게 한다. 실망, 낙심, 공포 역시 장기적으로 아랫배를 차갑게 한다.

그러므로 마음이 어지간히 넓은 사람이 아니면 살다가 배가 식기가 쉽겠고, 그러면 위로 열이 잘 달아오르니 차가운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순간, 마시고 나면 차가운 배가 더 차가워지지 않겠는가?

한의학에서는 배가 차갑다는 것을 매우 중요시하여 예전부터 배를 따뜻하게 하는 사인, 초두구, 백두구, 계피, 계지, 건강, 소회향, 부자 등을 활용하여 치료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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