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생리불순도 신경성인가?
한의학에서는 부인과 영역을 유별난 시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남자나 여자나 거의 같고 아기를 낳는 역할 때문에 구조만 약간 다를 뿐이기 때문이다.
땅에 종자를 뿌리면 살아나는 것이 땅의 도리이듯 자궁도 정자가 들어와 포태가 되면 커 나간다. 그러면 월경을 중지하고 위로 젖을 만들 준비를 하고 출산을 하면 젖을 먹이는 동안 월경이 없다. 즉 임신과 육아를 위하여 아래로는 월경을 보내고 위로는 젖을 만든다.
월경(月經)이란 말의 뜻이 재미있다. 월경은 달이 보름을 기준으로 찼다가 비었다가 하는 것과 같이 보름을 기준으로 배란이 되었다가 보름만에 비워내기를 되풀이한다.
수태에 관계되는 부분을 피의 바다(血海)라고 부른다. 수증기가 증발하여 구름이 되어 비를 내리면 모든 지구에 흡수되기도 하고 흐르기도 하여 도랑과 강을 타고 바다에 들어간다. 이렇게 부단히 증발되고 바다로 가는 것과 같이 하여 경도가 된다. 부인은 포에 모였다가 밖으로 나오며 남자는 차 있지 않고 계속 돈다. 그러므로 밀물 썰물도 우주의 기운으로 하지 혼자 아니하듯이 월경도 우리 몸 상중하 기운을 받아서 한다.
이상으로 월경을 자연현상에 비유하여 말하였는데 이 내용은 필자의 독창적인 설명이 아니고 예전부터 사람은 소우주라, 우리 몸에 모든 자연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 마음 또한 우주를 논할 만큼 넓다는 관점으로 한의학에서 설명해 오던 내용 그대로이다.
그러므로 월경이 있을 경우에는 자신도 모르게 모든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서 월경을 슬그머니 밀어낸다. 밀어낼 때는 아무리 실한 사람이라도 기운이 조금 빠진다. 그래서 생리중에는 좀 약한 사람은 되도록 목욕도 삼가고 약도 함부로 먹지 말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몸이 자연스레 그 일을 마칠 수 있도록 방해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생리불순이란 이렇게 모으는 것도 수월찮고 막상 문을 열기도 시원찮은 것을 말한다. 다음 편에는 구체적으로 생리불순이 되는 기전을 알아보자.
생리불순이라 함은 통증이 심한 것도 있고, 월경주기가 당겨서 오는 것, 늦어지는 것도 있고, 양이 많아지거나 적어지는 것도 있고, 덩어리지거나 색이 검어지는 것도 있다. 이런 현상이 섞여서 나타나는 경우는 빨라졌다 늦어졌다 하기도 하고 양이 많았다 적었다 하기도 한다.
생리불순이 문제가 되는 것은 통증의 경우 생활에 매우 불편하기도 하거니와 경도가 고르지 않으면 수태에 지장이 있기도 하고 생리불순이 자궁허약 때문이라면 유산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폐경기 이전의 부인이라면 생리가 몇달씩 거를 때 혹시 벌써 폐경인가 하여 심적으로 매우 불안하고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지난 주에 자궁의 별명이 피의 바다라 했다. 월경은 일반 출혈과 다른 것이 아기를 키우기 위해 준비했다가 내보내는 자연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 자체는 활동성이 없다. 피는 모든 물체와 마찬가지로 기운을 받아야 움직이므로 기운이 정상적이라야 월경이 순조롭다.
고민하든지 과로하든지 성을 잘 내든지 하여 기운이 더워지면 피도 더워지고, 성낼 기운도 없이 축 처져 활동을 덜하면 기운이 식어지고 피도 따라서 식는다. 기운이 올라가면 피도 따라 올라가고, 기운이 내려가면 피도 내려간다. 우울하든지 생각과 걱정이 많아 기운이 엉기면 피도 활동이 덜되어 어리고, 기운이 갑자기 막히면 피도 순환이 정지하며, 정신이 개운하여 기운이 맑으면 피도 같이 맑고, 흥분하여 기운이 탁하면 피도 같이 흐리다.
그러므로 자주 초조해지는 사람은 몸의 생리활동도 재촉을 받아 채 익지 않은 과일이 바람에 떨어지듯 자궁문이 빨리 열려 경도가 당겨지고, 우울하고 걱정이 많거나 비관낙심을 하는 사람은 생리 활동이 둔해져 생리를 준비하는 것도 순조롭지 않고 문도 잘 열리지 않아 경도가 늦어진다. 이런 중에도 자궁문이 예민해지면 양이 많아질 것이고 문이 뻑뻑해지면 양이 적어질 것이다. 나아가 소화기관이 온전찮으면 월경 만들 자료가 부족해지고, 순환기관이 왕성하지 않으면 자궁으로 배급이 잘 되지 않는 데다 자궁문까지 영 둔해져 있으면 월경을 몇 달씩 건너뛰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현대인에게 이런 생리불순이 많은 것은 이와 같이 감정이 불안정한 데에 큰 원인이 있다. 마음이 안정돼야 몸이 더웠다 식었다 하는 일이 없어 경도가 고를 것이다.
'건강 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약을 많이 먹으면 안되는가? (0) | 2010.07.17 |
---|---|
경기를 따야 하나? (0) | 2010.07.17 |
배가 찬 사람 (0) | 2010.07.17 |
저리면 중풍이 되는가? (0) | 2010.07.17 |
살찔까봐 한약을 못 먹겠다? (0) | 2010.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