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련

경기를 따야 하나?

별꽃바람 2010. 7. 17. 14:44

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경기를 따야 하나?

 

아이들 경기라는 것은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고 몸이 뻣뻣해지거나 눈이 돌아가거나 하는 것으로서 기운이 머리로 왈칵 올라가서 갑자기 정지하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뇌파이상이 생겨 이렇게 된다. 여기에는 열이 나서 되는 열경기가 있고, 열과는 관계없이 글자 그대로 놀란 뒤끝에 깜박 넘어가는 경기가 있다.

열나는 원인은 매우 많으나 모두 머리쪽으로 피가 몰려 신경계통이 부담을 느낀다. 놀라서 되는 경우는 큰소리를 들었거나 뜨거운 물이 몸에 닿았거나 보행기 같은 데서 떨어져 깜짝 놀랐을 때인데 이때도 기운이 머리로 왈칵 몰린다. 곧장 경기하는 수도 있고 한두시간 있다가 하는 경우도 있다.

열이 난다고 다 경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놀랐다고 다 경기하는 것도 아니다. 보통 아이는 어지간한 고열도 견디는 반면에, 허약한 아이는 미열에도 경기를 하기도 한다. 놀라는 것도 신경이 튼튼한 아이는 잘 이겨내나 체력과 신경이 약하게 태어난 아이라든지, 귀엽다고 너무 일찍부터 끄떡끄떡 어르든지, 갓난아이 앞에서 큰소리로 부부싸움을 해서 자주 놀라는 바람에 신경이 약해진 아이들은 한번 깜짝 놀랄 때 경기하기 쉽다.

대개 가정에서 손끝을 바늘로 가볍게 찔러 약간 피가 나올 정도로 하면 경기가 풀려 깨어나는 시간이 단축된다. 그러나 따지 않아도 대부분 아이들은 평균 3-5분이면 저절로 깨어난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워낙 응급이라 무슨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이대로 깨어나지 않으면 아이가 큰일날 것으로 생각하고 매우 당황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의원이나 소아과에 들쳐업고 가는 중에 깨어나는 일이 흔히 있는 걸 생각해보라.

그러므로 평소에 실한 아이가 경기를 했을 때 열이 많고 눈과 얼굴이 붉다면 가정에서 따는 것 정도는 부작용도 없고 빨리 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경기를 자주 하는 허약한 아이로서 열이 별로 없든지 얼굴이 창백하고 힘이 없을 때는 따는 것이 오히려 약한 신경을 자극해서 체력을 더 떨어뜨릴 수도 있다. 이럴 때는 편안히 누운 상태에서 어깨를 약간 오무리는 자세로 해주고 가만히 기다리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면 신경이 차츰 안정되면서 저절로 깨어나게 된다. 만일 일이십분 있어도 깨어나지 않을 때 의사를 찾아도 늦지는 않다.

경기는 대개 저절로 잘 깨어나지만 재발하기가 쉽다. 그러므로 깨어났다고 의무를 다했다 할 게 아니라 이제부터다. 의료기관에 가서 왜 경기를 했는지를 잘 진찰받아서 평소에 허약한 소화기관이나 호흡기관, 전반적 체력과 신경이 튼튼해지도록 치료를 받아 두는 게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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