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련

환청(울면 낫는다)

별꽃바람 2010. 7. 17. 14:54

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환청(울면 낫는다)

 

어떤 여고생이 환청(幻聽)으로 왔다. 휴학하고 신경정신과 통원치료를 6개월간 받다 안 되어 입원을 권유받고 한의원에 들렀단다. 부모님들 인상이 참 좋았다. 처음엔 친구들이 놀리는 ‘흥, 체’ 같은 게 들리다 요즘은 귓속의 말과 대화를 나눈단다. ‘죽자.’ ‘응. 그래. 죽자…….’

가만히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예쁘장한 이 학생이 국민학교때 총애를 받을 만했고 중학교 오면서 물이 넓어져 인기가 좀 떨어지더니 고등학교 와서는 제 생각에 영 빛을 못본다 싶어 그 길로 비관낙심을 한 것이었다.

이젠 내가 이야기 할 차례였다. 필자는 돌 때 소아마비를 앓았다. 격려차 중학교때 설움을 받고 몹시 울었던 이야기를 했는데 말하다 보니 그 당시 감정이 되살아났든지 표정은 담담한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흘러버렸다. 내심 이거 참, 낭패났다 하고 있는데 이번엔 이 학생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이 학생이 왜 우나? 왜 우나? 소리 없는 눈물, 그것은 슬퍼하거나 동정심에 운다기보다 그 속엔 어쩌면 알듯말듯한 안도의 미소가 섞여있는 건 아니었을까.

수건을 건네주며 순간 느꼈다. ‘아, 이 학생은 낫겠구나.’ 그리곤 앞날이 창창한 사람이 이만한 일에 주저앉아서야 되겠나 하고 짐짓 좋은 말로 타이르고 위로한 뒤 부모님 더러 ‘따님이 반쯤 나은 것 같습니다.’ 했다.

약을 세제(한달치) 복용하고 완치되었다. 한제 먹고 벌써 이젠 소리가 나려 하면 마음으로 힘을 떡­ 주면 도로 안 난다고 했으니까 이건 약의 효력이라기보다 눈물의 효력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멀쩡한 사람이 운다는 것은 마음이 움찔 느꼈다는 뜻이겠다. 못도 흔들어 뽑듯이 마음이 움찔 움직일 그 때 우리 생명이 재정돈이 되고 다시는 자기에게는 안 생길 것 같던 자신감과 삶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다.

오늘 아침은 영락없이 상쾌한 가을날씨다. 따지고 드는 환자를 생각하면 답답하다가도 마음 통하는 환자를 생각하면 살 맛 나는 의사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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