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련

당뇨병

별꽃바람 2010. 7. 17. 14:56

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당뇨병

 

당뇨는 소변이 달다는 말이고, 정식 병명은 소갈(消渴)이다. 마르고 삭아버리는 병이다. 전형적으로는 위로는 목이 말라 자꾸 마시며, 코에 단내가 나고 심하면 눈까지 말라 실명이 된다. 가운데로는 음식을 먹어도 우리 몸의 영양이 안 되고 새어나가버리니 자꾸 허기가 진다. 아래로는 소변이 잦고 시원찮다. 밖으로는 자꾸 체중이 줄고 피부염, 신경통, 관절통 등이 따른다.

왜 마를까? 우리가 칠정(희로우사비경공)으로 바글바글거리면 자연히 미열이 나고 열이 식을 때 김이 서린다. 칠정을 냈으니 기운이 떨어진다. 이 때 김이 식어 습기가 어려 조직이 습해진다. 이것이 조직을 막는다. 즉 좋은 진액이 될 것이 구정물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한번 이러고 마는 게 아니라 자꾸 애를 쓰니 그 열이 습기를 졸이고 졸여서 마침내는 조직에 녹이 슬어버린다. 이렇게 녹슨 조직은 제 기능을 못하니 음식이 들어와도 당분은 만들지언정 몸에 필요한 각종 정미로운 영양을 만들지 못하고 그냥 타버리든지 밖으로 새나가버린다. 이게 소갈이다.

다시 말하자면, 열을 내서 김이 서린 것이 습기가 되어 조직을 막는다는 것과, 미열이긴 하지만 자꾸 열을 내니 조직에 영양이 말라들어간다는 이 두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상중하 안팎 모두가 여기 관계 안 된 곳이 없고 오장육부 모두 한 집이니 꼭 췌장의 인슐린만 가지고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인슐린 분비는 정상인데도 당분을 영양으로 만들지 못하는 경우도 흔히 있지 않는가?

칠정을 나누어보자. 성을 내든지 짜증을 바짝바짝 내면 기운이 위로 떠서 그 열로 마를 것이요, 무엇을 자꾸 생각하면 가운데에 기운이 맺히니 열이 생겨 위장, 췌장이 마를 것이요, 어떨꼬 어떨꼬 조심하고 겁을 내면 기운이 밑으로 처져서 막힐 것이다. 그러므로 당뇨의 증세도 사람 성격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이러한 한방병리에 입각해서 본인이 병의 원인을 인정하고 생활양식과 습관화된 감정표출방식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면 상중하 막힌 조직을 촉촉하게 적셔주면서 통해주는 치료법으로써 완치에도 도전해볼 수 있다. 우리 체내에 피와 진액이 순조롭게 출입하면 이렇게 마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본인이 안 따라오면 약만 가지고는 안된다. 천상 조절할 수 있을 따름이다.

 

60대 부인이 20년간 평균 36단위의 인슐린을 맞고 있었다. 대소간의 골치아픈 일로 화병이 되고도 남을 환경이 원인이었다. 종교가 불교인데 어떤 스님을 소개받고 그 암자에서 쉴 겸 백일기도를 하게 되었다. 당뇨 20년이니 저혈당을 잘 안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손발이 떨리고 땀이 나고 힘이 빠지는 등 저혈당증이 와서 할 수 없이 인슐린을 줄였다. 그래도 안 되어 아예 인슐린을 끊어버렸다. 그동안 가족들이 가 보면 얼굴에 화색이 돌고 인슐린 없이 하루에 네 번씩 절도 해내는 체력에 많이들 놀랐단다. 정신적 해방이란 과연 대단한 모양이다.

서울로 돌아와서 집안 사정으로 시달리다 보니 다시 인슐린을 맞게 되었지만 양은 이전의 반이면 되었다. 감기 걸리던 일, 잠 못 자던 일, 손발 저리는 것, 만성 변비 등도 어느새 다 없어졌다.

이런 예를 보아도 짐작이 갈 것이다. 인슐린 의존형이 이럴진대 인슐린 비의존형은 더더욱 말할 게 있겠는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만 내당능력이 떨어져 과혈당과 당뇨 등을 보이는 잠재성 당뇨병이 요즘 많이 거론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갈 것이다.

지난 주에 말했듯 주인이 어딘가에 붙들린 것이 원인이 되고 그걸 놓아버리면 고쳐질 것이다. 요즘 흔히 말하는 각종 신경성 질환들과 성인병 등 헤아릴 수 없는 병들이 기능적, 기질적 변화를 통털어서 칠정에 생명 기운이 붙들리니 탈이 나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가 속아 사는 건지도 모른다. 잘 먹고 잘 입고 좋은 집에 살고 아들딸 좋은 직장 가지고 좋은 데 시집장가 보내려고 하다 보면 뜻대로 다 될 리가 없을 것이다. 가족과 주위사람과 자기 자신에 대해 불평과 불만과 초조와 우울이 없을 수 없다. 주인이 이런 감정에 붙들려 있을 때 우리 몸이, 내장이 제대로 움직일 리가 없다.

한방의학은 도를 이야기하는 의학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살고 있는 것만이 다가 아니며 지금 내가 하는 게 꼭 옳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 작은 내가 아니라 온 세상 사람과 동식물이 모두 낱낱이 다 소용이 있고 책임이 있다는 생각, 이 모두가 한 식구로서 큰 나(大我)라는 느낌이 온다면, 얼마든지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병은 여기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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