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수고하세요'라는 인사말이 적절한 것이 아니라는 글을 본 기억이 있다.
물론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는 쓰기도 하지만 대체로 보통 이상의 관계에서는 사용하는 것은 결례다.
수고하라는 것은 더 고생하라는 의미가 된다.
주로 대중교통 이용시 기사들에게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적절한 말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등이다.
우리말 인사 중에 이처럼 사용함으로써 오히려 결례가 되는 인사말이 더러 있다.
"고생하세요."도 "수고하세요"와 비슷한 것이다.
"살펴가세요"도 같은 의미로 윗어른에게 사용하는 것은 결례다.
'살펴가세요.' '조심해가세요'는 '고생하세요'와 유사한 말이다.
즉 알아서 가라는 의미다.
정확한 인사말은 '안녕히 가세요.'다.
이와 관련한 칼럼이 있어 소개한다.
“윤 상병! 나 먼저 갈게, 고생해.”
30여 년 전, 군에 입대해 ‘고생하라’는 인사를 처음 들었다. 주로 선임자가 후임자에게 하는 인사말인 줄 알았는데 가만 살펴 보니 후임자도 선임자에게 ‘고생하십시오’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생하라니? 좋은 말 다 놔두고 무슨 악담이야. 그렇지 않아도 고생하는데, 뭘 더 고생하라는 거야.’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든 느낌이다.
내가 알기에는 ‘고생하라’는 것은 우리 어법에 없던 인사말이다. 적어도 입대 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다. 힘든 일을 마쳤거나 하고 있는 사람에게 “애 많이 썼다” “애쓰시네요”라고 인사하는 건 들어봤다. 그 변형으로 ‘고생했다’라고 한다면 그건 이해하겠다. 하지만 ‘(더) 고생하라’는 건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인사가 될 수 없다.
고생하라는 인사가 군에서 비롯됐는지 확실치는 않다. 하지만 군대가 그 말을 확산시킨 진원지인 것만은 틀리지 않다고 본다. 사실 ‘고생하라’는 말이 군대에서만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있겠는가. 위병 근무자가 퇴근하는 지휘관을 향해 ‘계속 근무하겠음’라고 외치는 데서 보듯 군대에선 24시간 근무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도 고생하라는 말을 많이 듣다 보니 요즘은 나도 퇴근 때 무심결에 “고생들 하세요”라고 하곤 한다. 웃기는 것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후배들에게서 “고생하십시오”라는 말을 들으면 귀에 거슬린다는 점이다. “자기들은 편하게 퇴근하면서 선배는 고생하라니, 이게 무슨 경우냐?”
내가 특별히 예민할 수도 있지만, 인사말을 비롯한 우리의 언어생활이 뒤죽박죽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지금은 윗사람에게 “조심히 가세요”라고 ‘당부하는’ 인사를 보통으로 하지만 이것도 예법에 맞지 않는 말이다. 어렸을 때 친척 어른에게 살펴 가시라고 인사했다가 “어른에게 살펴가라는 건 건방진 말이다. ‘안녕히 가세요’라고만 해라”는 야단을 들은 적이 있다.
한국어가 이렇게 오염된 데는 ‘고생하라’에서 보듯, 군의 책임도 조금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일본식 군대 용어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
군이 국민의 생명뿐만 아니라 언어도 지켜주는 보루가 됐으면 한다.
집에 보내는 편지에 부모 이름을 쓰기보다는 본가입납이라고 쓰는 게 좋다는 간부의 한마디 교육이 군의 품격을 높여주지 않겠는가. 중대장 앞에서 ‘소대장님은 외출하셨습니다’라고 할 것이 아니라 ‘소대장은 외출했습니다’라고 해야 한다는 간단한 지적이 제대로 된 군기 확립에 도움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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